주말농장 1년에 15만 원, 도시 촌놈의 자급자족 밥상 차리기 🌾

✍️ 어피티 독자

📺 콩콩팥팥 현실편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지난해, 집에서 TV를 보다가 tvN에서 방영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콩콩팥팥)>를 시청하게 되었어요. 도시 생활만 해온 연예인 네 명이 시골로 내려가서 난생처음 농사를 짓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였는데, 농사의 ‘농’ 자도 모르는 생초보끼리 좌충우돌 파종을 하고 밭일하는 게 재밌어서 자꾸 보게 됐어요. 저 역시 서울에서 태어나 일산 신도시의 태동을 함께하며 한평생 도시에서만 살아온 도시 촌놈이라 더 이입이 됐나봐요. 방송을 보며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어요. ‘농사가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되겠구나.’

출처 tVN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저희 부부는 여행과 캠핑을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콩콩팥팥’ 출연진들이 수확에 성공해서 직접 기른 작물로 다양한 요리까지 해 먹는 모습을 보며 군침이 저절로 흐르더라고요. 주말에 야외에서 함께 육체노동도 하고, 바비큐 파티에 직접 재배한 쌈 채소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꿀맛 아니겠어요? 이건 안 먹어봐도 무조건 맛있죠.

 

하지만, 농사짓겠다고 갑자기 귀농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에서 농지를 분양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저희 부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주말농장 1년간 임대하기!

 

방송을 처음 본 게 겨울이었는데, 씨 뿌리기 좋은 봄이 되기 전에 직접 발품을 팔며 저희 부부에게 딱 맞는 주말농장을 찾아 나섰어요. 제가 살고 있는 일산 신도시에는 고층 빌딩이 정말 많은 편인데요,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주말농장이 여럿 있더라고요. 

 

그중 저희 부부가 선택은 집이랑 가까우면서, 작은 단위로 임대를 진행하고 있었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곳이었어요. 서울에서부터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농장 내 게시판에 시기별로 심으면 좋은 작물들과 재배 방법이 상세하게 적혀있었고 재배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라고 농장주께서 친절하게 말씀해 주셔서 초보 농부로서 안심됐어요.

심플이 님의 주말농장을 선택할 때 살펴보면 좋은 조건 세 가지! 🌱

 

✅ 접근성

  • 저희가 선택한 주말농장은 지금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일 정도로 집과 가까웠어요. 심지어 제가 아침마다 러닝 하러 가는 킨텍스 수변공원 근처에 있더라고요. 러닝 하다가 잠깐 경로를 바꿔서 제가 심은 작물이 얼마나 고개를 내밀었는지 슬쩍 구경하고 오는 재미는 덤!

 

✅ 농기구 보유 여부

  • 처음 지어보는 농사, 나한테 잘 맞을지 안 맞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 사버리면 그것도 다 비용이잖아요. 농기구를 대여해 주는 곳인지 미리 살펴보면 초기 비용을 줄이기에도 좋아요. 주말농장 중에서는 이렇게 필수 농기구들을 갖춰놓고 빌려주는 곳이 많아요. 

 

✅ 휴게 시설

  • 이곳은 화로와 그릴을 빌려주시는 바비큐 시설이 있어요. 평상에 앉아 쉴 수도 있고 이 위에서 제가 원하던 바비큐 파티를 무상으로 즐길 수도 있죠. 마치 저를 위해 준비된 운명의 장소 같았답니다.

 

📈 파종을 갓 마친 텃밭은 어제 산 주식과 같다 📈

주말농장 분양 계약서와 개장 알림 문자

 

첫 농사 도전이기에 저희는 4평을 1년간 15만 원에 임대했어요. 보통은 5평(1년 20만 원) 단위로 임대하시는 것 같았어요. 캠핑장 한 번 예약하면 1박에 5~6만 원씩 받던데 주말농장은 15만 원만 내면 1년 동안 원할 때마다 가서 작물도 가꾸고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으니 주말농장만 한 가성비 취미가 따로 없죠?

 

농장주 말씀에 따르면, 4월은 감자를 심기 좋은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미리 모종이나 씨앗을 구매해 갈 필요 없이, 주말농장에서 전부 판매하고 계셨어요. 비료도 20kg짜리를 8천 원 주고 구매했고요, 씨감자와 고기에 싸먹을 쌈채소 위주로 구매했어요. 씨감자는 3천 원, 청상추, 아삭이상추, 치커리, 적겨자 모종도 구매했는데 각각 3~5개에 1천 원 정도로 저렴했어요.

난생 첫 괭이질, 비료 뿌리기, 파종하기 

 

먼저 삽, 수레, 괭이, 갈퀴, 물뿌리개를 빌려서 밭으로 나갔어요. 농장주님께 배운 대로 평탄화 작업도 하고 비료도 뿌리고 물길도 만들어주니 땅이 제법 농사꾼의 손길이 닿은 태가 나더라고요. 농장주가 오셔서 씨앗과 모종을 어떻게 심는지 보여주셔서 따라 심어보기도 했어요. 작물별로 심는 방식은 물론이고 심는 간격, 물을 주는 양까지 전부 달라서 신기하더라고요.

4평 밭 절반 정도에 씨앗과 모종 심기 완료! (4/6)

 

당연한 얘기지만 기나긴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결국에 싹을 틔우고 결실을 볼 수 있더라고요. 씨 뿌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언제쯤 싹이 올라올까 눈 크게 뜨고 지켜보던 제 모습이 마치 주식 사자마자 언제 오르나 매일 차트 들여다보는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삶의 교훈과 자연의 섭리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죠. (참고로 제 작고 귀여운 들깨는 약 2주 만에 싹을 틔웠답니다.)

 

🥬 잘 키운 쌈 채소 하나 고기 열 근 안 부러워 🥬

 

4월 말이 되니, 고추,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 다양한 모종을 더 심을 수 있었어요. 지지대가 필요한 오이나 애호박 같은 모종은 땅이 부족해 공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포기했고 대추토마토와 찰토마토, 가지, 청양고추, 오이고추, 그리고 참외를 더 심기로 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5월, 대망의 수확.

한 달 만에 이렇게 자랐어요!

 

5월 초가 되니 한 달 전에 심은 쌈 채소가 낯설 만큼 빠르게 자라있더라고요. 직접 키운 싱싱한 채소를 맛볼 생각을 하니 한 장 한 장 밭에서 뜯어 봉투에 담을 때마다 설렜어요. TV에서만 보던 그 장면을 직접 해볼 수 있게 된 순간이니까요!

 

적겨자와, 아삭이상추, 청상추와 치커리를 집으로 데려왔어요. 갓 딴 채소는 흙만 살짝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씻어내니 빛이 반짝거릴 정도로 싱싱했어요.

직접 만든 도토리묵 무침과 문어볶음 쌈

 

, 그럼 대망의 밥상 한 번 보고 가시죠! 

 

먼저, 치커리를 넣고 매콤달콤한 도토리묵 무침을 만들었어요. 달큰한 양념장과 쌉싸름한 치커리가 환상의 조화 그 자체예요. 그리고 매콤한 문어볶음을 쌈에 싸서 한 입! 입에 넣자마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더라고요. 정성 들여 직접 재배한 채소가 맛있으리란 건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맛있을 줄 몰랐거든요.

 

다음에 수확하게 될 양배추, 감자, 가지, 고추, 토마토, 참외, 깻잎 모두 얼마나 맛있을까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데요, 앞으로 제가 짓게 될 농사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에서 뒷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저처럼 일평생 도시에서 살았어도 누구나 충분히 농부가 될 수 있답니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데 맛까지 있는 가성비 취미, 주말농장 가꾸기! 저처럼 한번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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