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얼마나 알고 계세요?

글, 어PD

“언제 진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해?”

대학생 때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 주제였어요. ‘자동차를 살 때’, ‘핸드폰을 본인 돈으로 사고 요금도 본인 돈으로 낼 때’, ‘보험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할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에 경제 뉴스를 읽게 될 때’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모두 ‘돈’에 관련한 대답이었다는 점이에요. 막 성인이 된 20살의 저와 제 친구들 머릿속에서 ‘어른’이란 돈을 잘 쓰고, 잘 관리하고, 잘 굴리는, 한마디로 금융 지식이 있는 존재였어요.

최근 머니레터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요. ‘경제생활이 시작되는 시기는 언제부터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독자님들은 위 그림처럼 답해주셨어요.

과거의 대화를 떠올려보며 질문해보려고 해요. ‘돈을 벌고 쓰고 굴리는 직장인이 된 나는, 과연 금융 지식이 있는 어른이 되었나?’

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개념을 담았어요. 은행, 펀드, 보험, 파생상품 등의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아가 금융지능의 중요성까지 다뤄요. 

3부는 내용이 많아서, 여러 편으로 나눠서 정리할게요. 오늘은 먼저 ‘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은행도 하나의 ‘회사’일 뿐

삶을 게임에 비유하자면 저에게 은행은 NPC와 같은 존재였어요.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친절하고, 도움을 주는 존재 말이에요.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요? <금융지능은 있는가>에서는 은행의 다른 측면을 말해줘요. 

은행도 하나의 회사입니다. 이익을 추구하고 수익을 내야 해요. 은행의 주 수입원은 ‘예대마진’이에요.  

예대마진은 예금과 대출 이자의 차액을 말해요. 은행은 개인과 기업에서 자금을 받아와서(예금), 자금이 필요한 곳에 빌려주어요(대출). 이때 대출이자가 더 높고 예금이자가 적어요. 그럼 은행 입장에서는 받는 이자가 더 크니까 수익이 남아요. 

예대마진은 다른 말로 ‘이자 이익’이라고 불러요. 은행의 또 다른 수입원은 상품 판매를 통한 ‘비(非)이자 이익(판매수수료 이익)’이 있어요. 판매수수료 이익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팔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때 발생합니다. 

이때, 은행은 편의점 같은 역할을 해요. 편의점에서 파는 상품이 모두 다 편의점에서 만들어진 게 아닌 것처럼, 은행에서 파는 상품을 전부 은행에서 만든 건 아니에요. 다른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의 상품을 대신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요.

은행은 팔아야 해서 나에게 파는 것

“직원들이 (상품을) 추천할 이유는 딱 하나죠. 본사에서 프로모션(판매촉진)이 나온 거죠. 이 상품을 판매하라고.”
–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제3부 중

은행을 친절한 NPC라고 생각했을 때는 직원이 추천해준 상품이 내게 딱 맞고 좋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렇지만 <금융지능은 있는가>에서는 다르게 말해요. 은행 직원은 그 상품을 팔아야 해서 파는 거라고요. 

상품을 팔아야 해서 판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에요. 그 상품이 내게 또 딱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정보를 허위·과장해서 판매하는 경우예요. 이런 판매 방식을 ‘불완전판매’라고 해요. 

불완전판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확인해야 해요. 상품의 원리, 조건, 장점, 장·단기적 단점 등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해당 상품에 가입하는 건 피하는 게 좋아요. 특히 안 좋은 점은 넘어가고 좋은 점만 설명할 때, 혹해서 가입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불완전판매의 사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판매

2011년에 저축은행 7곳이 영업정지 됐어요. 고수익 고위험 대출 등으로 자금 관리가 부실해지면서 나타난 일인데요. 이 일로 수많은 예금자와 투자자가 원금 손실을 입었습니다.

문제는 후순위채권이었어요. 예금상품은 5,000만 원까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돼요. 은행이 망해도 5,000만 원까지는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후순위채권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고, 은행이 모든 부채를 다 갚은 다음에나 돈을 받을 수 있어요.

후순위채권을 구매했던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런 위험을 몰랐어요. ‘예금보다 이자가 조금 더 높은 상품’ 정도로 알고 있었던 거예요. 전형적인 불완전판매로 투자자가 피해를 본 사례예요. 

은행이라고 다 같은 은행이 아니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달라요. 은행은 1금융권, 저축은행은 2금융권이랍니다. 

1금융권과 2금융권의 구분이 생긴 건 1970년대였어요. 1970년대에 정부는 ‘상호신용금고법’을 만들어 사(私)금융을 양성화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특정 그룹이나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가 나타났어요.

  • 서민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저축은행
  • 직장이나 지역 단위의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
  • 농어민 협동조합인 지역 농협과 수협
  • 금융회사가 부족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우체국을 창구로 한 우체국 예금
  • 대출만을 전문으로 하는 카드사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을 취급하는 보험회사
  •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

새로운 금융회사들이 만들어지면서 ‘은행’과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를 구별해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부터 있었던 은행을 1금융권으로,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를 2금융권으로 부르게 됐어요.

저축은행은 원래 ‘상호신용금고’라는 이름이었다가, 2001년 상호신용금고법이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개정됨에 따라 ‘상호저축은행’으로 바뀌었어요. 몇 년 후에는 ‘저축은행’으로 명칭을 단축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됐고요. 


어피티의 코멘트

  • 어PD: 개인적으로 3부가 가장 클릭하기 무섭더라고요. <금융지능은 있는가>라는 제목이 마치 저를 혼내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님도 혹시 그런 마음이라면, 매는 어피티가 다 맞을 테니 부담을 덜고 다큐멘터리를 시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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