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우지우
오늘 ‘돈구석 1열’에서 소개해 드릴 영화는 <인사이드 잡(Inside Job)>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영화들처럼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감각적인 편집과 배우 맷 데이먼의 나레이션으로 지루하지 않습니다. 2011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꽤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인사이드 잡, 우리말로 옮겨보면 내부자 범죄라는 뜻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금융업자와 고위 관료들이 행하는 내부자 범죄를 고발합니다. 특히, 월스트리트에 뿌리 깊게 만연해있는 부패 문제를 파헤치고 있어요. 2008년 당시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간 주범이기도 하죠.
‘돈구석 1열’ 첫 시간에 다뤘던 영화 <빅쇼트>처럼, 금융위기의 원인을 두고 실물 경제(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찾는 분석이 많은데요.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금융 시스템 자체를 그 원인으로 짚습니다. 타락한 금융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방관한 고위 관료, 그리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연구자료를 제공한 교수진까지 함께 지적하죠.
영화를 소개해 드리며, 미국 금융이 시작되던 태동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금융 규제와
로비스트
요즘엔 소위 말하는 ‘금융인’의 연봉이 다른 산업에 임하는 종사자보다 높은 경우가 많죠. 금융업의 태동기라 불리는 1900년 초중반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은행업에 종사하던 고위직들도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연봉을 받았어요.
폴 볼커는 미국에서 연방준비위원회장과 재무부장관을 역임하며 1970년대 미국 금융을 이끌던 사람입니다. 그가 내각으로 들어가기 전, 미국의 대형 상업 은행인 체이스(Chase)은행에 있을 때만 해도 1969년대 기준으로 우리 돈 5천만 원 정도의 봉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돈일 수도 있는데요. 최근 금융계, 그중에서도 월스트리트를 생각해보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금융업계는 점점 탐욕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레이건 정부 이후 30여 년 동안 월스트리트는 금융업에 대한 규제를 하나둘씩 풀어나가죠. 이 규제의 방향성은 대체로 은행의 공격적 투자를 방지하는 내용이었어요.
은행은 고객들의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공공의 성격이 강하니까, 공격적 투자를 하기 어렵게 규제해놓은 거죠. 대표적인 규제로는 1. 은행의 거대화 방지 2. 고객 예금으로 하는 공격적 투자 금지 등이 있었습니다.
레이건-부시-클린턴 대통령 순으로 미국 정부가 이어지는 동안, 월스트리트는 사람들의 예금을 갖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길 바라왔습니다. 규제가 완화되어야 가능한 일이었고, 금융업계 로비자금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백악관을 누볐습니다. 그렇게 끝내 규제는 철폐되고 말았어요.
사실, 이들이 규제를 완화한 방법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월가의 CEO들이 직접 워싱턴에 진출하는 방식이었죠. 이들은 공직에 진출해, 욕망을 억누르던 목줄을 스스로 풀어버립니다. 규제를 받을 사람이 규제하는 위치에 간다면 그 규제가 잘 작동할까요?
규제완화의
어두운 결과들
2001년,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러한 탈규제 경향은 점점 심해집니다. 이때의 탈규제는 위험한 파생상품들이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빅쇼트>와 함께 소개드린 역시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CDO는 은행 대출한도를 더 늘려주어 결국 금융위기의 대표 원인인 부실 대출 증대의 이유가 되기도 했죠.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동안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는 1조 달러에서 4조 달러로 무려 4배(!)나 성장했습니다.
의 CEO였던 헨리 폴슨은 부시 정부의 재무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를 허용시켜주고, 레버리지 한도까지 크게 늘렸습니다. 레버리지를 올린다는 건 투자의 손해 한도를 더 늘린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손실 상황에서 훨씬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어요.
진짜 문제는 이 투자가 고위공직자의 돈이 아니라, 금융회사에 돈을 맡긴 고객의 돈으로 이루어지는 투자라는 사실입니다. 고위험 상품에는 더더욱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기에 규제 완화를 해서는 안 됐지만, 월가의 로비 앞에 규제는 무력했습니다.
칸막이가 없는
유조선 기름탱크
세계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금융업에 걸린 규제를 유조선 기름탱크의 칸막이로 비유합니다. 유조선에 구멍이 생겼을 때, 칸막이가 잘 구비되어 있다면 기름이 약간 누출되는 정도로 수습할 수 있겠지만, 칸막이가 없는 탱크라면 모든 기름이 유출되겠죠.
무분별한 금융 탈규제는 사고가 생겼을 때 그 사고의 여파를 제한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제어되지 않는 위기는 지금과 같이 세계화되어 있는 경제, 그리고 돈을 다루는 금융업에선 특히나 위험해요.
12년이 지난 지금, 월가는 그때의 그 위기를 잊어버린 듯 다시 발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10년에 제정된 은 금융위기를 야기한 금융인들의 야욕을 제한하는 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내각에는 월가 출신 경제인들이 이미 많이 진출해있고, 2018년 트럼프 정부에서는 도드-프랭크 법을 다시 무용지물로 만드는 법을 통과시켰어요. 또 다른 탈규제가 시작된 거죠.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탈규제로 발생한 금융위기 당시의 상황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려 해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왜 이 위기를 다시 기억해야 하는지, 지금 당연시되는 자본주의가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