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일이었을까?
그런데, 왜 독일에서 유독 한국의 간호인력을 필요로 했을까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독일은 당시 역사적·문화적인 이유로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하녀의 섬김 활동이나 종교적 봉사 활동처럼 여기곤 했습니다.
1960년대에 독일은 최고로 잘나가는 나라였거든요. 경제성장도 빠르고, 다른 일자리도 많았어요. 간호사는 월급은 낮고 일도 힘든데다 사회적 인식도 낮으니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죠.
🎬 Scene #4.
각성해버린 독일
어피티: 그래서 ‘못사는 나라’인 한국에서 노동 인력을 수입한 거군요.
옛날 독일 사람: 그것도 그렇고, 당시 한국 간호사의 의료전문성 수준이 독일 간호사의 수준보다 훨씬 높았거든. 한국 간호사들은 로 교육을 받았는데 독일 간호사들은 좋은 교육을 못 받았어.
the 독자: 그럼 계속 한국 사람을 간호사로 부르지, 왜 1970년대 후반에 인력 수입을 그만뒀대요?
옛날 독일 사람: 1960년대 즈음 독일 경제가 자리를 잡고 복지체계도 정비됐어.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장수하는 노인들이 갑자기 늘었거든. 병원에 자주 다녀야 하다 보니 간호인력 필요가 늘어났지. 그 간극을 한국인 간호사들이 채운 거야. 그때 우리가 깨달은 게 있어.
the 독자: 뭘요?
옛날 독일 사람: 간호사라는 직업이 아주 중요한 전문직이라는 걸 말이야.
1970년대 후반부터는 독일 간호사의 월급도 아주 많이 올랐고, 처우도 좋아지고 체계도 개선돼서 독일 사람들이 간호사를 하고 싶어 했어요. ‘값싼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 없어진 거죠.
그리고 지금, 한국의 이야기
현재 우리나라는 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임상 활동 간호사는 인구 1,000명당 5.02명으로, OECD 평균인 8명의 절반을 살짝 넘는 수준이에요. 인력 부족의 원인은 1960년대 독일과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우리는 과거 독일처럼 이주노동이라는 해결책을 사용할 수 없답니다. 한국에서 보건의료 직종에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한국의 의사와 간호사는 한국 의대와 한국 간호대를 나와 한국의 국가자격시험을 봐야 면허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의사나 간호사 면허를 인정해 주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간호사 수요는 계속 늘어납니다. 사람들은 65세 이후 평생 쓰는 의료비의 절반을 지출합니다. 1975년만 해도 한국 평균 수명은 63세였는데요. 2022년 기준 까지 올라왔습니다(여성들은 이보다 더 오래 살고, 의료비를 더 많이 지출합니다.) 모두가 더 오랫동안 병원에 들락거리며 병원비를 지출하게 됐다는 뜻이에요. 1970년대 후반, 독일이 간호사의 중요성에 눈뜰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간호사가 몹시 부족하지만 간호대 졸업생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 는 ① 장시간 노동 ② 야간 근무 ③ 경력 관리의 어려움 ④ 낮은 임금 체계 ⑤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으로 낮은 인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떤 직군의 노동환경이 업무의 수준에 비해 열악하면 인력수요에 비해 인력공급이 부족해집니다. 이건 1960년대의 독일과 무척 비슷하죠.
📚 김학선, 홍선우, 최경숙 「파독간호사 삶의 재조명(2009)」, 한국산업간호학회지 제18권 제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