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보고서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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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현미입니다. 지구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ESG 컨설턴트예요. 다양한 ESG 정보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알고보면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ESG, 보다 깊게 알아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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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알아본 ‘비재무적 공시 표준’의 의미를 한번 짚고 시작할게요. 기업의 ‘비재무적인 정보’는 무척 광범위해서 매번 모든 걸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 최소한 이 정도는 공개하라, 하고 정해 놓은 비재무적 정보 공시 표준의 의미였어요.


입맛대로 골라 하는 비재무적 공시?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공시 표준에 법적인 강제성이 없었어요. 기업 입장에서 좀 불리한 정보는 은근슬쩍 공개 안 하고 넘어가고, 성과가 잘 나온 정보만 크게 강조해도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죠.


기업이 선택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정보의 유효성에 의문이 따랐어요.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도 ‘재무 정보’처럼 모든 기업이 ‘통일된 기준’에 맞춰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죠. 그래야 투자자들이 지속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비교해서 골라낼 수 있다는 거예요.


이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재무제표’ 표준을 만든 국제기구인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국제 지속가능성 표준 위원회(ISSB)’라는 산하 기관을 설립하고, 기업들이 비재무적 정보도 통일된 표준에 맞춰 공개하게 하려고 오랫동안 작업을 진행해 왔어요.


그리고 그 최종안이 2023년 6월 공개되었어요. ISSB의 공시 표준이 우리나라 기업에도 곧바로 의무화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일 뿐 앞으로 ESG 보고서의 트렌드가 이 공시 표준을 따라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정부는 국내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ISSB 표준 공시 의무화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물건을 많이 사가는 유럽이나 미국의 대기업이 요구하면 더 미루지 못하고 기준을 따라야 하겠죠.


그렇다면 이 ISSB의 공시 표준은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ISSB 공시 표준을 따른 ESG 보고서는 지금까지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탄소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해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앞으로의 ESG 보고서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그 ‘시스템이 얼마나 잘 굴러가는지’ 공개하는 내용으로 바뀌게 될 거예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단연 ‘탄소’ 문제입니다.


한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이산화탄소 문제, 즉 그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기업에 어떤 위험요인으로 작용할지를 살피는 게 핵심이에요. 기업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잘 파악하고 대응할 준비를 갖췄는지, 그 위험 요인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진 않은지, 보겠다는 거예요.


A라는 의류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패션 산업은 원래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또 직원들의 인권 문제도 취약한 산업으로 분류돼요.


A사의 경영진은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회사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하여 기존에 여름옷과 겨울옷을 5:5의 비율로 생산하던 것을 8:2의 비율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사회는 이 내용을 검토하여 승인했습니다.


A사는 이 결정에 맞추어 생산라인을 수정하는 데에 매년 순이익의 1%를 재투자하기로 했죠. 그리고 제품 제조과정에서의 탄소발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원재료를 재생원료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물론 일반 원료보다 재생원료는 단가가 비싸죠. 그래서 이 원료 대체를 위해 또 매년 순이익의 1%를 재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기왕이면 좀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경영진에서는 미리 조사해 놓은 상태예요. 


결과적으로 재투자 금액은 향후 10년 이내에 모두 회수가 완료되고, 회사의 순이익은 지금으로부터 5년이 되는 시점부터 매년 2%씩 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위의 예시에서 A사는 기후변화와 탄소 문제를 중점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어요. 


객관적인 지속가능성의 시대


앞으로의 ESG 보고서는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으라는 것이 ISSB 공시 표준의 주요 골자예요. 지금까지의 ESG 보고서와는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느낌이 오시나요? 


ISSB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기업의 ‘기획력’과 ‘투자의지’를 객관적인 정보로 공개하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투자자’들이 돈을 넣어도 안심할 수 있는 회사,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골라낼 수 있게 하겠다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주식투자를 할 때 그 회사의 ESG 보고서를 보고 투자여부를 판단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ISSB의 이 공시표준이 세계적으로 잘 정착이 되면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비재무적 정보를 통일된 기준으로 공개하게 되면, 앞으로 주식투자를 할 때 분석하고 고려할 중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죠.


*2월 28일(수) 머니레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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