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룰렛 배팅;온라인카지노사이트 | 무료 바카라 게임 //xiandahuizhanzhongxin.com/category/cloumn/전문가-기고/청년-주거-세계여행/ MZ 세대의 돈 이야기, 37만 명이 선택한 경제 미디어 Thu, 15 Aug 2024 02:34:46 +0000 ko-KR hourly 1 //xiandahuizhanzhongxin.com/wp-content/uploads/2023/07/[email protected] 강원랜드 카지노 바카라 하는 방법 | //xiandahuizhanzhongxin.com/category/cloumn/전문가-기고/청년-주거-세계여행/ 32 32 230466507 온라인 카지노 무료 보너스?카지노 777 //xiandahuizhanzhongxin.com/%ea%b5%ad%eb%af%bc%ec%9d%98-90%ea%b0%80-1%ec%a3%bc%ed%83%9d%ec%9e%90%ec%9d%b8-%eb%82%98%eb%9d%bc-%ec%8b%b1%ea%b0%80%ed%8f%ac%eb%a5%b4/ //xiandahuizhanzhongxin.com/%ea%b5%ad%eb%af%bc%ec%9d%98-90%ea%b0%80-1%ec%a3%bc%ed%83%9d%ec%9e%90%ec%9d%b8-%eb%82%98%eb%9d%bc-%ec%8b%b1%ea%b0%80%ed%8f%ac%eb%a5%b4/#respond Wed, 14 Aug 2024 02:33:58 +0000 //xiandahuizhanzhongxin.com/?p=22577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 주거 정책을 돌아보는 ‘청년 주거 세계여행’ 마지막 연재입니다. 오늘 여행은 자가 주택 보유 비중이 90%에 이르는 1주택자 천국, 싱가포르로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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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 주거 정책을 돌아보는 ‘청년 주거 세계여행’ 마지막 연재입니다. 오늘 여행은 자가 주택 보유 비중이 90%에 이르는 1주택자 천국, 싱가포르로 떠나봅니다. 


부자가 모이는 나라 싱가포르


한동안 강남 부자들이 한국의 높은 세금에 이민을 고민하던 때, 싱가포르가 그들의 대안으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상속세도 없고, 증여세도 없는 데다 거주 환경, 교육 수준까지 탁월해 살기 좋다는 인식 때문이었어요.


지난 2020년 홍콩보안법이 시행됐을 당시에는 홍콩에 근거를 둔 기업과 부자들이 싱가포르로 탈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싱가포르 주택 수요가 폭증했죠. 시진핑 중국 주석이 3연임을 확정했던 2022년 10월 말 이후 중국 본토에서도 부유층에 대한 제재 심화를 우려한 부자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목적지 역시 싱가포르였죠.   


싱가포르에 순유입된 해외 백만장자에 대한 통계가 있었는데요. 2022년 기준 2,800명으로 2019년 대비 87%가 늘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계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당시 외신에서는 을 보도하기도 했어요. 자금 사용처를 못 찾다가 결국 싱가포르 통화청에 우리 돈으로 따지자면 300억 원어치의 싱가포르 달러를 빌려주기도 했죠. 


아시아 부자들, 특히 중국 부자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었다는 증거는 현지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프라이빗 골프 클럽 회원권 가격이 두 배가량 올랐으며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고급 차량 등록 건수가 2019년 대비 많게는 90% 이상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고급 저택, 고급 콘도 같은 민간주택의 중국인 매매 건수가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결과를 낳았어요.


이때 싱가포르 국적의 국민들은 그나마 국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에 지낼 수 있었지만, 싱가포르에 와서 살던 평범한 외국인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이들은 국경을 마주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 국경 근처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얻어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방법을 찾기도 했습니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2023년) 외국인 대상 취득세율을 대폭 인상키로 했습니다. 원래도 싱가포르는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다른 요율의 세금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외국인이 싱가포르에서 주택을 구매할 때 내야 하는 취득세를 기존 30%에서 60%로 두 배나 올린 거예요. 10억 원짜리 집을 구매했다면 세금만 6억 원을 내야 하는 거죠. 이건 그냥 외국인들은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그럴 수 없는 조건인데 안정된 집값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의 부산과 면적이 비슷한 도시 국가입니다. 그 안에 600만 명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인구 밀도가 세계 3위에 달해요. 돈 많은 사람도 많아서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두 배 수준입니다. 한 가지 가장 다른 점은 토지의 90%가 국가 소유라는 거예요. 나머지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죠. 


그래서 주택도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공공주택은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ousing & Development Board)이 정부 차원에서 건설해 일정 소득을 넘지 않는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아파트를 말합니다. 흔히들 HDB라고 부르죠. 싱가포르 국민의 80% 이상이 HDB에 살고 있을 정도로 싱가포르에서 가장 흔한 주택 형태입니다. 

공공주택이라고 하면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떠올릴 수 있지만, HDB는 방 2개부터 5개까지 다양한 평수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시민권을 가진 가구의 90%가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죠.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요? 바로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 덕분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오랫동안 주거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왔습니다. 


싱가포르는 다문화 국가인데요. 중국인이 제일 많고, 말레이인, 인도인 등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치인들은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국가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 자신의 재산을 소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싱가포르 사람들도 보통 결혼하면서 집을 삽니다. 공공주택의 경우 민간주택 공급가 55%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데요. 게다가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거주 기간을 채우면 매각할 수 있는 99년 기한의 임대주택이라는 게 큰 특징이에요.


싱가포르가 가진 면적과 인구, 국민 소득, 몰려드는 이민자들로 인한 주택 수요 증가 등은 집값이 오르기 딱 좋은 조건이지만, 이러한 정책 덕분에 공공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에 지낼 수 있습니다. 


물론 민간주택 대비 반값이라고 해도 집값은 집값이기 때문에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청년들은 우리로 따지면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중앙적립기금(CPF)과 정부 지원금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어요. 싱가포르 국민은 CPF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매달 월급의 37%를 떼어가 적립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9%인 걸 감안하면 CPF는 싱가포르의 월급 도둑이라고 할 수 있죠. 근로자가 20%를 내면 고용주가 17%를 보조해 주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강제로 하는 저축에 싱가포르 사람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낸 CPF 적립금을 주택구매, 의료비 등 큰돈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리 당겨서 쓸 수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5억짜리 공공주택을 구매한다고 하면 일부는 CPE 적립금으로 충당하고 일부는 소득에 따른 정부 보조금, 그리고 나머지는 앞으로 20년 또는 30년간 납입할 CPF에서 차액 충당이 가능합니다. 잘하면 대출 없이도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국민의 90%가 자신의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겁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화려한 공공주택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중간지점인 공공-민간 하이브리드(PPH)도 있습니다. 이런 집들을 이그제큐티브 콘도미니엄(EC)이라고 부릅니다. EC는 싱가포르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민영 주택인데요. 소득 한도를 초과해 HDB에는 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훨씬 비싼 민간주택을 구입할 수도 없는 싱가포르 국민을 위해 마련된 대안입니다. 그런 PPH의 가장 큰 장점은 결국에는 민영화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아파트를 구입한 뒤 5년 동안 임대나 매각하지 않고 실거주를 하면 공개 시장에서 집을 팔 수 있으며, 10년이 지났다면 외국인에게도 팔 수 있습니다. 

다들 집에 수영장 하나씩 있는 것 아녜요?


민간주택은 다시 콘도미니엄, 클러스터 하우스, 방갈로, 숍하우스 등으로 나눕니다. 이들이 공공주택과 크게 다른 점은 훨씬 비싸지만, 국가의 규제가 적은 편이라는 겁니다. 콘도는 대부분이 수영장과 헬스장, 바베큐존, 테니스코트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데요. HDB보다 깨끗하고 보안도 우수해 선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민간주택 중에는 콘도가 가장 저렴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HDB에 살던 사람들이 집을 업그레이드 하고자 할 때 민간 콘도를 목표로 세우죠.

싱가포르의 콘도

출처:

클러스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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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스터 하우스는 단독으로 분리된 집이지만 수영장과 테니스코트, 주차장 등 편의 시설은 단지 내 이웃 주택과 공유하는 우리 식의 타운하우스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만약 주택 형태에 방갈로(Bungalow)라는 말이 들어간다면 그건 싱가포르의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방갈로는 단독주택을 말하는데요. 토지도 내가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방갈로 중에서도 GCB(Good Class Bungalow)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이 사는 집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숍하우스는 역사가 깊은 주택 형태입니다. 1층에는 상점, 위층은 거주 공간이 있지요. 184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에 건설된 이 같은 주택 형태는 과거 싱가포르의 도시 구조의 대부분을 이뤘습니다. 당시에는 집주인들이 1층에서 장사를 하고 위층을 집으로 이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숍하우스는 현재까지도 보수를 거쳐 본래의 목적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현대식 주택 개발로 차이나타운 등 일부 지역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숍하우스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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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식 그대로 복원한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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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렌트비


대부분의 싱가포르의 청년들 그리고 외국인들은 싱가포르에서 월세로 지냅니다. 싱가포르에서 월세를 구할 때는 방 한 칸만 렌트해 공동생활을 할지, 집 전체를 렌트할지 고민할 수 있어요. 집주인이 자기 집 방 한 칸을 렌트 하는 경우도 있고, 전체를 세를 놓을 수도 있죠. (공공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최대로 세를 놓을 수 있는 방 개수가 집에 있는 총 방 개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가 좀 빠듯하다고 하면 방 한 칸만 임대할 수 있는데 화장실이 딸린 마스터룸이냐, 거실 화장실을 공유하는 일반 룸이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벌어집니다. 가끔 돈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노리고 불법으로 규정보다 훨씬 많은 세입자를 한 집에 받아 살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싱가포르 임대료는 코로나 이후 국경이 열리고 외국인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상승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올라 올해 상반기까지 오르기를 거듭했죠. 싱가포르 사람들은 임대료 폭등을 두고 중국인들이 부동산 쇼핑에 나서면서 주택 가격을 올려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물가 비교 사이트 NUMBEO에 따르면 싱가포르 도심의 방 한 개짜리 민간주택(아파트/콘도)의 평균 월 임대료는 3600 싱가포르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대략 370만 원 정도가 되겠네요. 중심부에서 벗어난 곳이라고 해도 같은 조건의 월평균 임대료가 한화 270만 원 선이니 어마어마하지요? 평균이 이 정도고, 좋은 지역에 시설이 잘되어 있는 곳이라면 방 한 개짜리 월 임대료가 한화 400~500만 원에 이르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싱가포르의 임대료가 서울보다 평균 160%가량 높다고 하니 임대료만 보면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것 같죠?    


물론 공공주택에서도 월세를 구할 수 있는데 민간주택 대비 훨씬 저렴합니다. 싱가포르 부동산 중개 업체 Property Guru에 따르면 방 한 칸만 임대할 경우 한화로 월 최소 80만 원부터 150만 원, 원룸 형태의 HDB라면 월 150만 원~300만 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가 외국인 숙련 노동자에게 주는 비자 기준을 강화하면서 취업 비자 소지자 수, 즉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줄었는데요. 이로 인해 고용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임대 수요 감소로 5월 이후 싱가포르 콘도와 HDB 임대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민간주택 시장에서도 높은 주택 가격에 대한 구매자의 저항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아시아 부자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면서 전반적인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이에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 외국인 대상 취득세율을 기존 30%에서 60%로 올렸습니다.
  • 싱가포르 토지의 90%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80% 이상은 국가가 마련한 공공주택에 살고 있으며,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90%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을 HDB라고 부릅니다. 민간주택은 크게 콘도, 클러스터하우스, 숍하우스, 방갈로 등으로 나뉩니다. 
  • 싱가포르 청년들과 외국인들은 대부분 월세로 거주합니다. 다만 코로나 이후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방 하나짜리 원룸에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 최근에는 정부가 외국인 숙련 노동자들에게 주는 취업 비자 기준을 강화하면서 고용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임대 수요 감소로 이어져 싱가포르 HDB와 민간주택 임대 가격을 소폭 낮추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8회에 걸쳐 세계의 다양한 주거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사는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각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청년들은 하나 같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들처럼요. 보내주시는 피드백을 보면서 머니레터 독자분들의 출근길이 더욱 즐거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일상에 작은 즐거움과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지면과 방송을 통해 인사드릴게요.


💌 지금까지 <청년 주거 세계여행>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연재는 어피티 홈페이지에서 모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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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 주거 정책을 돌아보는 ‘청년 주거 세계여행’. 오늘은 정열의 상징 스페인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당장 나가!” 분노한 바르셀로나 시민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민 3천여 명이 이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길래 시민들이 이토록 분노하는 걸까요?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바로 주택난 때문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16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에 방문한 관광객은 2600만 명에 이르며, 이들이 하룻밤을 묵기 위해 지출한 금액은 127억5천만 유로(한화 약 19조 원)에 달하지요.


바르셀로나는 이 많은 여행객을 수용하기 위해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시내 호텔을 4배 늘렸습니다. 주택 시장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집주인들이 장기 임대 매물을 거둬들이고, 보다 수익이 좋은 에어비앤비 같은 방식의 단기 임대로 전환했던 거죠.


기존에 살던 세입자들은 방을 비워야 했고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야 했지만, 매물이 줄어 집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임대료는 크게 치솟았죠. 지난 10년 동안 바르셀로나 임대료는 무려 68%, 집값은 38%가 올라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관광은 스페인에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지만, 시민들은 젠트리피케이션, 또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인해 개인의 삶에는 해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심의 특정 지역이나 장소의 용도가 바뀌는 등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존 거주자 또는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현상

*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주거 지역이 관광지화되는 현상


바르셀로나 시장은 시민들이 겪고 있는 주택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028년 11월까지 단기 임대용으로 등록된 아파트의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약 1만 가구의 아파트가 장기 임대 시장에 다시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요.


도둑을 내쫓지 못하는 나라


스페인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존재는 관광객 말고도 또 있습니다. 바로 오쿠파(Okupas)입니다. ‘점거하다’는 뜻의 스페인어 ‘ocupar’에서 유래된 단어로,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몰래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길면 수개월 동안 집을 차지하곤 하는데요. 주택 부족 문제에 대한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돈을 받고 집을 다시 내어주는 식으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빈집에 들어가 불법으로 점거했다고 해도, 점거한 지 48시간이 지나면 경찰이 와도 불법으로 집을 점거한 사람을 해당 주거지에서 쫓아낼 수 없습니다. 법원의 퇴거 명령이 있어야만 가능한데요. 이를 위해 법적 절차를 거치는 데에만 평균 18개월이 걸려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 됩니다.


그래서 스페인에는 오쿠파들을 내쫓아주는 업체들도 생겨났는데요. 전직 권투 선수, 무술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불끈불끈 아저씨들이 점거된 주택에 찾아가 ‘좋은 말’로 합의를 이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건당 3,500유로(한화 약 500만 원)의 수수료를 떼간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법적 절차가 너무나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이 더 보편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아파트 천국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파트. 출처: 구글맵


스페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형태는 바로 아파트입니다. 피소(Piso), 플랫(Flats)이라고도 부릅니다. 주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같은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에 빼곡히 들어서 있죠.


스페인 국민의 65%는 아파트에 살고 있을 정도로 아파트는 가장 흔한 거주 방식이에요. 스페인에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습니다. (대한민국이 74%로 1위)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고층 건물의 단지형 아파트가 아닌 대부분 6~8층 이하의 개별 건물입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20~30층짜리 아파트도 있어요.  


스페인에서 아파트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해요. 물량이 부족해서도 있지만, 주인이 세입자를 골라 받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월세를 얻으려면 집 주인에게 지원서를 넣어야 합니다. 이 지원서에는 학교, 전공, 통장 잔고 등을 증명하는 서류를 포함해야 하죠. 


직장인이라면 회사 재직증명서, 월급명세서 등이 필요하고, 면접을 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집의 경쟁이 치열하다면 나를 어필할 만한 모든 내역을 제출해야 하지요. 일부 집주인들은 스페인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임대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외국인들은 렌트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 셰어하우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바르셀로나 중심부에서 방 1개짜리 월세를 구하기 위해서는 평균 1,270유로(한화 약 190만 원), 도시 외곽이라면 평균 980유로(146만 원)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바르셀로나 시민의 평균 월급은 세후 2,000유로(300만 원) 정도 됩니다.


철저한 계획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전경. 출처: Flickr


바르셀로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깜짝 놀랄 만큼 반듯하게 블록화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900개 정도의 블록이 규칙적으로 놓여 있습니다. 이 지역을 우리는 Eixample(에샴플레) 지구라고 부릅니다. 

19세기 후반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하면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중세 도시의 성벽을 허물고 확장하기로 합니다. 대규모 주택 단지를 짓기 위해 고민했고, 당시 일데폰스 세르다(Ildefons Cerda)의 설계가 채택되면서 네 면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는 정원 등 공용 공간으로 이루어진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2017년 전후 바르셀로나는 공공 공간을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고 대기 오염을 줄이겠다는 계획에 따라 ‘슈퍼블록’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작은 블록들을 묶어 크게 하나의 슈퍼블록으로 만들고 기존에 있던 블록 사이의 도로를 막아 축구장, 놀이터, 공원 등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구밀도가 더 높아지고 대기오염 개선에도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죠.

스페인의 주택 유형

좌) 스페인 빌라. 출처:

우) 스페인의 타운하우스. 출처:

아파트로 가득 차 있는 스페인 도심을 지나 교외 지역으로 가면 타운하우스들을 볼 수 있는데요. 타운하우스는 정원과 수영장 등을 공유하는 2층짜리 주택인데 발코니, 테라스 정도만 있고 외부에 정원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페인에서 빌라는 단독 주택을 의미합니다. 빌라, 샬렛 등이 대형 단독 주택을 이르는 말인데요. 일반적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잘 살지 않는 주택 종류입니다. 지역 귀족, 유지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면 스페인 도시 주변에서는 큰 집을 찾기 어렵습니다. 주로 해안가에 외국인이나 부유한 스페인 사람들이 세컨드 하우스로 주로 사용합니다.


이밖에도 지방에 있는 전통적인 주택 형식의 전원주택과 포도밭이나 농장 근처에 있는 농가 주택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방에 사람들이 떠나면서 농가주택을 개조해 숙박을 제공하고 시골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패키지도 관광 상품으로 나오곤 합니다.

좌) 스페인 전원주택. 출처:

우) 스페인 농가 주택. 출처:

💌 <청년 주거 세계여행>은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스페인의 주택,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스페인 대도시들은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넘치는 관광객 때문에 많은 집주인들이 장기 임대 주택을 공유 숙박, 단기 임대로 전환하면서 시민이 살 곳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 빈집을 무단으로 침입해도 48시간 동안 머물렀다면 법원 명령 없이는 내쫓지 못하는 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무단 침입으로 집을 점거하는 행위, 그런 사람들을 오쿠파 (okupa)라고 합니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격자 모양 도시는 19세기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도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데폰스 세르다의 계획 아래 만들어진 형태입니다. 에샴플레 지구라고 부릅니다.
  • 스페인에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6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월세를 구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에게 자신의 회사나 학교, 월급 증명, 통장 잔고 등 신뢰를 줄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야 가능합니다. 
  • 스페인은 아파트 외에도 타운하우스, 단독주택을 의미하는 빌라, 지방의 농가 주택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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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 주거 정책을 돌아보는 ‘청년 주거 세계여행’. 오늘은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 중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인종 차별이 법이었던 곳, 아파르트헤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택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가 있습니다. 남아공은 17세기부터 네덜란드와 영국 식민지를 거치며 유럽 백인들의 이주가 많이 일어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원주민인 흑인들의 땅을 빼앗고 노예로 부리는 등 인종 차별이 벌어졌어요.


1940년대 후반에는 네덜란드계 백인인 ‘아프리카너’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자, 아예 인종차별을 법으로 만들어서 유색인종들을 억압하게 됩니다. 이렇게 유색인종을 차별하고 백인을 우대하던 당시 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고 해요. 


아파르트헤이트는 백인과 흑인의 거주 지역도 철저히 구역을 나눴습니다. 흑인은 번화한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그리고 척박한 지역에 모여 살도록 했죠. 이곳을 타운십(Townships), 혹은 슬럼가라고 불러요.


흑인들은 지정된 곳 외에는 접근이 금지되었는데요. 다니는 길, 화장실까지도 백인과 흑인을 철저히 분리했습니다. 당시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공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래 사진처럼 오른쪽 흑인들이 사는 판자촌과 왼쪽의 고급 주택들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흑인들은 타운십에 주로 살고 노른자 땅은 백인들이 소유하고 있죠.

1990년대 들어 흑인 해방 운동이 시작되고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되면서 흑인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그해, 남아공 사상 첫 다인종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뽑힌 사람이 바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입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되자 보복을 두려워한 백인 부유층들은 대부분 해외로 이민을 가고 기업들도 떠나게 됩니다. 이동의 자유를 되찾은 흑인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요하네스버그로 몰려들었어요. 만델라 정부도 흑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등 취업 가능성이 높은 주요 도시의 도심으로의 이주를 장려했습니다. 이때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실업자가 넘쳐나고 주택난이 발생하게 되었죠.


쓰레기 더미에 갇혀 사는 사람들


백인과 기업들이 일시에 떠나자 남아공의 경제는 크게 휘청였어요.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세금이 건물값을 넘어서는 사태가 발행했습니다. 결국 방치되는 건물이 많아졌죠. 도시 입장에서도 세수가 부족하니 수도, 전기, 쓰레기 수거 같은 주요 인프라를 제공하지 못했고요.


이때 범죄 조직들이 일부 버려진 고층 건물부터 폐공장에 이르는 곳을 불법 점거하고 나섰어요. 그리고는 판자나 커튼으로 방을 나누고,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모아 임대료와 보호비를 내고 거주하게 했습니다. 무허가 쪽방을 만들어 불법 임대를 한 거죠. 이런 구조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출처: BBC 홈페이지


작년 8월 요하네스버그의 버려진 오피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를 포함해 70여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곳 역시 폭력조직이 불법 점거해 탄자니아, 말라위 등에서 온 이민자들을 받아 살도록 한 곳이었죠. 전기 대신 사용했던 양초가 화재의 원인으로 알려졌어요.


이런 불법 거주지는 공무원, 경찰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가득 쌓거나 쇠사슬로 입구를 막고 조직적으로 문 앞을 지키는 곳이 많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로 온 가난한 이민자를 비롯해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은 이런 불법 거주지의 화장실, 영안실 등을 집으로 꾸며 살고 있습니다. 


불법 침입자를 함부로 내쫓지 못하는 법


이처럼 사람들이 불법으로 점거해 거주하는 대형 건물과 개인 주택이 요하네스버그 주변에만 대략 600채가 넘는데요. 시내를 벗어나면 그 숫자가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다음엔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어요. ‘집주인이 왜 불법 거주자들을 쫓아내지 않지? 정부가 폭력조직을 몰아내고 공공주택으로 리모델링 하면 되지 않나? 사람들이 전기와 수도를 제대로 공급받으며 살 수 있게 해주면 참 좋을 텐데…’ 하고 말이죠. 그러나 그게 법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PIE라는 아주 기가 막힌 법 때문인데요. 우리 말로 하면 ‘불법퇴거 방지법’입니다. 1998년에 만들어진 법인데, 불법 점유자일지라도 법원의 명령 없이는 집에서 퇴거 시키거나 집을 철거할 수 없다는 내용이에요.


내쫓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집 주인이 불법 점유자가 거주할 대체 숙소 또는 토지를 마련해 줘야 해요. 예를 들어 폐공장에 무단으로 200명이 들어가 살고 있다면, 200명이 살 곳을 마련해 줘야 모두 내보내고 건물을 팔거나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거죠.


남아공은 왜 소유자가 아닌 점유자의 권리를 이토록 옹호하게 됐을까요? 처음의 명분은 노동자들의 근로 의지를 위한다는 거였어요. 거주지 또는 토지에 대한 안정성이 없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논리였죠. 문제는 이 법 때문에 도시 개발도 안 되고 주택난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거예요.

 

지어도 지어도 부족한 주택


1994년 이후 남아공 정부는 ‘Breaking New Ground’라고 불리는 주택 재건 및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2014년까지 불법 주택을 근절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까지 약 500만 개의 주택을 공급했습니다. 무료 또는 아주 낮은 가격에 말이죠. 


대표적인 예가 오피스 빌딩을 개조해 저렴하게 세를 놓는 것이에요. 오랫동안 비어있는 오피스 건물을 리노베이션해서 방 한 개 혹은 두 개짜리 아파트로 바꾸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멀끔한 아파트는 월세가 약 3천 랜드, 우리 돈으로 대략 22만 원 정도 합니다. 보증금은 보통 두 달 치를 내는데, 입주 후 첫 달은 공짜인 곳도 있어요. 젊은이들은 기존에 살던 도시 외곽에서 통근하면 교통비가 꽤 많이 들기 때문에 도심에 거주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은 2023년을 기준으로 여전히 240만 가구 이상이 주택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 가운데 140만 가구는 판잣집 같은 불법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이마저도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이렇게 주택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인구의 도시 집중화 때문입니다. 현재 남아공 인구의 62%가 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도시에 와야 하기 때문이죠. (참고로 남아공의 공식 실업률은 32%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24세 미만 청년 실업률은 60%가 넘습니다.) 


양극화의 끝판왕, 남아공


지금까지 한 얘기만 보면 ‘남아공은 정말 못 사는 사람 천국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이는 절반의 진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요. 남아공 인구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흑인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빈곤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백인 소득의 6분의 1밖에 벌지 못 하니까요. 그렇다면 나머지 20%의 백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GDP 기준 1위(2024년 전망치)에 해당하는 가장 잘사는 나라입니다. 이건 잘사는 사람은 매우 잘 살고 있다는 얘긴데요. 남아공은 인구의 10%가 국가 전체 자산의 7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늘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혀요.


남아공의 주택 형태는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서 다룬 무허가 주택이 있고, 전통 가옥도 여전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 형태 중 하나 입니다. 오두막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주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흙과 풀, 나무, 돌 등 천연 재료를 이용해 짓고 거주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통 가옥. 출처: isbyearsixsouthafrica.weebly.com


도심에서는 일반적으로는 단독주택(하우스)과 플랫이라고 하는 빌라 또는 아파트 형태에 주로 삽니다. 타운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데요. 중산층이 사는 주택가를 보면 2중 3중으로 된 철문과 전기 펜스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플랫 중에서도 입구에 따로 철문이 달리고 경비실이 있는 곳은 그렇지 않은 곳 보다 조금 더 가격이 비쌉니다. 치안이 불안정하고 강력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남아공에서 보안은 집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좌) 남아공의 단독주택, 우) 컴플랙스.  출처: 구글맵


잘사는 동네 단독주택은 미국의 부자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주택과 매우 비슷합니다. 남아공에서 가장 비싼 동네는 케이프타운인데요.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의 고급 주택들은 한 달 월세만 900만 원 안팎에 이르며 매매가는 수십 억을 호가합니다. 


컴플랙스라는 타운하우스 같은 주거 단지도 있는데요. 컴플랙스는 단지 앞을 지키는 경비도 있고 관리인도 따로 있어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주로 거주합니다. 


저렴한 거주 비용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면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적게 듭니다. 대부분의 국가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죠. 물론 사는 곳과 가족 수, 생활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 임대료는 영국보다 약 65%, 미국보다 74%, 독일보다 55% 낮습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1인 가구의 월 생활비(식비, 유틸리티, 교통비 등)는 약 630 달러 정도 듭니다. 여기에 별도로 방 한 개 짜리 아파트 월세가 평균 320~380달러 정도 하죠. 좀 더 비싼 케이프 타운에서는 방 한 개 짜리 아파트 월세는 420~630달러 정도 됩니다. 


흥미로운 점도 몇 가지 있는데요. ‘프리페이드(prepaid)’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전기, 물, 가스 등을 마트에서 구입해서 쓰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남아공은 수도나 전기 등을 국유기업에서 제공하는데, 부정부패로 찌든 남아공 공무원들이 폭탄 같은 요금을 청구하는 일이 왕왕 있어서 선불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마트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전력을 구매하면 영수증에 번호를 찍어주는데요. 집에 있는 계량기에 그 번호를 입력하면 전기가 충전이 되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남아공은 ‘북향’이 좋은 집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남향이 햇빛도 잘 들어오고 겨울에도 따뜻한 집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남아공은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우리와 반대로 북향집을 골라야 햇볕이 아주 잘 들어온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남아공은 과거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계기로 흑인들이 외곽의 척박한 곳으로 쫓겨나 모여 살게 됩니다. 이곳을 타운십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흑인들의 주요 거주지 입니다.
  •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이후 도시로 몰려는 사람들로 인해 실업자와 주택난이 발생합니다. 이때 일부 폭력 조직들이 버려진 건물을 무단 점거해 무허가 쪽방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거주하게 합니다.
  • 남아공은 ‘불법퇴거 방지법’이 있어서 불법 점유자들을 함부로 쫓아낼 수 없습니다. 이 법 때문에 도시 개발이 안 되고 주택난도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 남아공 정부는 1994년 이후 현재까지 약 500만 개의 주택을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240만 가구 이상이 집이 없으며, 이 가운데 140만 가구는 불법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남아공의 주택 형태는 전통 가옥과 판잣집 외에 단독주택과 플랫이라고 하는 빌라 혹은 작은 독채 아파트, 그리고 타운하우스 같은 컴플랙스로 크게 나뉩니다. 
  • 강력 범죄가 많기 때문에 남아공 주택에서 보안은 집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 남아공의 임대료는 미국과 영국, 독일보다 50~70% 가량 저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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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청년 주거 세계여행
아파트로 변신하는 미국의 사무실들

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 주거 정책을 돌아보는 ‘청년 주거 세계여행’. 이번 칼럼은 머니레터 편집부의 요청으로 대학생 어예진의 미국 주택 생활기를 담아봤습니다. 어 소장의 라떼 시절에서 출발해 현재로 이어지는 미국 여행, 함께 떠나보아요.


꽁꽁 얼어붙은 창문 위로 청설모가 걸어 다닙니다


저는 미시간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습니다. 겨울이 매우 추운 곳이죠. 영하 23도까지 기본으로 내려가던 곳이었는데요. 이른 아침 환기를 하려고 하면 창문이 얼어 열지 못할 정도였답니다. 그 문을 열어보겠다고 끓는 물을 창틀에 부어 문을 열었는데… 환기하는 사이 창문이 다시 얼어 닫히지 않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결국 다시 물이 끓을 때까지 미시간 칼바람에 호된 교육을 받았던 슬픈 이야기가 있답니다.

미시간은 눈도 참 많이 옵니다. 겨울철 미시간주 예산의 70%가 제설에 쓰일 정도지요. 눈이 오면 도로는 회색 슬러시로 변하지만 반나절도 되지 않아 깨끗해지곤 했습니다. 밤에 눈이 종아리까지 오기에 “내일 학교 쉬겠군…” 하는 은은한 기대를 안고 잠들면 휴강을 알리는 이메일은 오지 않고, 이른 아침 깨끗하게 치워진 등굣길을 마주하곤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개교 이래 169년 동안 학교 문을 아예 걸어 잠근 건 단 네 번뿐이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눈이 참 많이 오고, 그만큼 제설 작업도 발달한 도시에서 20대 초반을 보냈습니다.

벽부터 냄새까지, 옆집과 공유하는 게 많은 곳


미국의 주택 형태는 크게 다섯 가지 정도 됩니다. 단독 주택(싱글하우스), 옆집과 벽을 공유하는 타운 하우스, 하나의 하우스에 2~4가구가 함께 사는 다세대주택 개념의 멀티 유닛, 그리고 지역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한 콘도와 아파트가 있습니다. 


콘도는 우리로 따지면 주상복합에 가깝고, 아파트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세대가 사는 빌딩을 말합니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 나오는 모니카의 아파트가 전형적인 미국 도심의 아파트죠. 

아파트는 우리나라처럼 집마다 주인이 있지 않고 주택 업체가 관리하고 임대를 주는 방식인데요. 주택마다 파티 허용 여부, 반려동물 가능 여부 등 조건이 다르고, 반려동물의 경우 추가 부담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타운하우스는 벽을 옆집과 공유하기 때문에 소음이나 냄새 등에 취약해요. 


미국 주택 문화에서 한 가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집주인이 집을 팔기 전에 하자 보수를 하고 청소 업체를 부르고, 가구를 재배치하고 소품을 활용해 인테리어를 하거나, 정원을 가꾸는 등 집을 최대한 완벽하게 가꾼다는 점입니다. 집을 더 좋게 보이도록 해서 가격을 높이는 거죠. 계약 단계에서 혹시라도 결함이 발견되면 가격이 깎이거나, 아예 거래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지역 아주머니들과 커뮤니티 활동을 함께 하면서 전형적인 미국 시골 싱글하우스에 놀러 갈 기회가 많았습니다. 대단히 크지 않아도 정원과 차고가 딸린 근사한 2층 주택은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의 단독 주택 모습이죠.

그런 집들은 차 없이 어떻게 찾아올까 싶을 정도로 허허벌판 한 가운데 있기도 하고, 토네이도라도 오면 날아가는 건 순식간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간결하게 지어진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미국 시골에 목조 주택이 많은 이유는 저렴한 가격, 그리고 땅이 넓어 공장에서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운반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입니다. 


대학생도 예외 없는 주택의 세계

 

학생이라면 거주 옵션이 더 있습니다. 기본 다섯 가지 형태에 기숙사, 학교 아파트, 홈스테이 정도가 더해져요. 학생들 대부분은 전형적인 주택보다는 또래와 어울리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학교 주변 시설을 선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 생활 방식에 맞게 설계한 주택 건설은 대표적으로 돈이 몰리는 시장이죠.


실제로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2~3층짜리 낮은 상가 건물들만 있던 학교 앞 중심 도로가 지금은 1층에 상가, 그 위로는 최신식 주거 형태로 만들어진 고층 콘도들로 가득 찼다고 하네요. 2023년 기준, 미국에서 대학 캠퍼스 주변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 임대 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600달러에서 2,600달러 사이입니다. 도시, 캠퍼스와의 거리, 아파트 유형 등 요소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에요.


미국 학교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학교 안에 기숙사만 여러 개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뷰가 좋고 최신식일수록 가격도 비싸고 경쟁도 치열하죠.(주택이란 다 똑같은가 봅니다) 저 때는(이 말 안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과 학교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80년은 족히 넘은 오래된 전통 고딕 양식의 기숙사 지원율도 매우 높았답니다.

1938년에 지어진 기숙사 건물 내외부. 출처: Michigan State Unversity


대도시의 주택 형태가 바뀌고 있다

 

주택난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같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들은 그 상황이 매우 심각한데요. 사무실은 남아도는데, 사람 살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그런 상황입니다. 


올해 2024년 1분기 미국 전체 사무실 공실률은 19.8%로 새로운 정점을 찍었습니다. 뉴욕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같이 사무실이 밀집한 곳의 공실률은 각각 21%, 32.5%로 훨씬 더 높습니다. 최근 뉴욕 미드타운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 수는 3분의 1로 감소했고, 다운타운의 경우 50% 가까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게 다 팬데믹 이후 여전히 원격근무를 유지하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죠. 


반면, 뉴욕 맨해튼 아파트 전체 공실률은 1.4%입니다. 방 100개 중에 한 곳은 비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까지 비어있는 기간이 반영되면서 1.4%라는 숫자가 나왔을 뿐이지 그냥 꽉 찼다는 얘기입니다. 맨해튼 주택 시장은 지금 50년 만에 가장 빡빡한 시장이에요. 그래서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뉴욕대학교 근처에 있는 원룸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한 달에 50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높은 렌트비 부담에 학생들을 비롯한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외곽으로 나가 살거나 룸메이트를 구해 함께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하나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바로 기존의 오피스 빌딩을 아파트로 용도 변경 하는 겁니다. 팬데믹 시기인 2021년부터 이런 변화는 줄곧 있었는데 그 사례가 3년 만에 4배 넘게 늘었습니다. 


사실 똑같은 사례가 과거에도 뉴욕에서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뉴욕은 지금처럼 오피스 공실이 매우 많았는데요. 당시 뉴욕 주지사가 B급 오피스 건물을 주택으로 변경하면 부동산세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낼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도입했습니다. 당시 15,000호가 넘는 아파트가 만들어졌는데, 현재 맨해튼 고급 아파트 중 일부가 그때 사무실에서 용도 변경을 통해 아파트로 바뀐 것들이에요. 지금도 맨해튼 금융 지구의 22층짜리 오래된 오피스 빌딩이 1,200가구의 주택으로 개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사무실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자칫하면 용도 변경 승인에만 수 년이 걸리기도 하죠.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애초부터 주거용과 상업용 양쪽으로 쓸 수 있는 복합 용도 건물 위주로 공사에 들어갑니다. 행정 처리 외에 공사도 쉽지 않죠. 텅 빈 공간에 책상만 있던 사무실을 여러 개의 집으로 최대한 많이 만들려면 머리를 아주 잘 써야 합니다.

(좌) 사무실로 사용되던 건물의 구조

출처: gensler

(우) 주거용으로 변경한 건물의 구조.
출처: gensler

미국에서는 창문이 있어야만 bedroom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어요. 그래서 수요가 많은 원룸, 투룸 구조의 집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임대하려면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방마다 만들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파이프라인부터 배선 작업, 비상구, 엘리베이터 등 주거에 걸맞은 구조로 바꾸는 공사는 자칫하면 새로 건물을 짓는 것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건물 용도 변경으로 이익을 남기려면 건물 매입 비용이 그 건물 땅값만 주고 샀다고 할 정도로 저렴해야 합니다. 실제로 건물 거래 내역을 보면 10년 전 가격보다 더 싸게 팔린 경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미국의 주택 형태는 크게 5가지입니다. 아파트, 싱글하우스, 콘도, 타운하우스, 멀티유닛
  • 미국은 집을 팔 때 최대한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해 보수 공사, 청소, 인테리어를 합니다. 결함이 발견되면 거래가 중간에 취소되기도 합니다. 
  • 학생이라면 거주 옵션은 좀 더 늘어납니다. 기숙사, 학교 아파트, 홈스테이
  • 민간 임대 주택 시장의 공급이 줄고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학생 대상 주택 수요도 높아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학교 주변에 지어진 학생 전용 주택 건설 투자에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 미국 대도시에 사무실 공실률은 늘고 주택 공급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뉴욕은 사무실을 아파트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어 소장의 추억이 담긴 미국의 주택 이야기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도 흥미로운 이웃 나라의 주택과 주거 정책 이야기로 만나요. 


💌 <청년 주거 세계여행>은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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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 주거 정책을 돌아보는 ‘청년 주거 세계여행’. 이번에는 낭만의 도시 파리가 있는 프랑스로 떠납니다. 


200년 된 아파트가 있다고?


영상이나 사진에서 보는 프랑스 건물들은 하나같이 우아하고 근사한 느낌입니다. 옅은 회색빛과 아이보리색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석회암 벽, 큼직한 창문과 테라스. 전형적인 오스만 양식의 건물들이에요.

출처: UN JOUR DE PLUS PARIS


프랑스 파리에서 ‘오래된 아파트’라고 하면 200년은 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습니다. 파리는 대부분의 건축물이 문화재 그 자체입니다. 30년만 지나도 재건축 얘기가 나오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관과 내부 모두 꾸준히 보수하고 리모델링하며 살아가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래서 누가 90년쯤 된 아파트를 구했다고 하면 “와 되게 새거다~” 이런 반응이 나오죠.


지금 파리의 반듯한 도시 구조와 3만여 채의 비슷비슷한 건물들은 1853년에서 1870년 사이에 지어진 것들입니다. 1848년 나폴레옹 3세가 파리의 도시 개선을 위한 재정비 사업을 오스만 남작에게 맡겼고, 이때 지어진 건물 양식을 오스만 양식이라고 불러요. 석조 외관과 연철 발코니, 경사진 아연 지붕이 특징이죠.

1845년 PARIS COMIQUE에 실린 그림
파리를 구역별로 나눈 지도
출처: efficity

흥미로운 사실은 오스만 양식의 아파트가 당시 사회 계층 구조를 반영했다는 거예요. 사진을 보면 당시 가장 부유한 세대가 발코니가 있는 2층에 살고, 가난한 사람 또는 하인이 가장 위층에 사는 모습입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사진 같은 지도는 파리를 구역별로 나눈 지도입니다. 1구역부터 20구역까지 마치 달팽이 모양처럼 시계 방향으로 이어지지요? 가장 중심부일수록(붉을수록) 비싸고 오른쪽 외곽으로 갈수록(진한 초록색일수록) 집값이 내려갑니다.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오래된 건물이 많은데요. 도시가 계획되던 1900년 당시 관공서처럼 가장 중요한 시설들을 중심부에 만들었고, 최고급 아파트들 역시 그 주변에 지었다고 해요. 입지와 교통 모두 매우 편리한 지역이죠.


특히 1900~1930년대 지어진 건물에는 프리미엄이 더 붙습니다. 당시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건물 외관에 대리석과 석회암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내부 장식에도 신경을 썼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때 지어진 건물이라면 가격이 좀 더 비쌉니다. 


늙었다고 무시하지 마라


그래도 100년이 넘은 집들인데 삐그덕거리고 낡았을 텐데 비싸봐야 얼마나 하겠어?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집값이 매우 비싼 지역인 파리 6구역에 방 두 개짜리 아파트 렌트 가격을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출처: PARIS CORPORATE HOUSING


사진 속 다소 낡은 아파트는 19세기 초반에 지어진 오스만 형식의 아파트입니다. 침실 1개와 서재 정도로 쓸 수 있는 방 1개, 그리고 거실이 있는 18평짜리 공간이죠. 이곳의 월 임대료는 23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440만 원이 넘습니다. 주방과 화장실이 깨끗하게 리모델링되어 있고, 웬만한 가전제품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4층이지만 엘리베이터는 없고, 난방은 사진에서 보이는 일명 ‘라디에이터’를 사용합니다. 아, 물론 에어컨은 당연히 없습니다. 


요즘 세상에 에어컨 없는 집이… “여기에 있어”


파리에 있는 오래된 건축물에는 아파트든 회사든 에어컨이 없습니다. 대부분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은 건축법이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실외기 설치가 불가합니다.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건물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허가를 내주지 않아요. 새로 지은 아파트나 건물은 에어컨 설치가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맥도날드, 스타벅스, 백화점 정도는 가야 에어컨 냉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유럽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사냐는 저의 질문에 파리에서 살고 있는 지인은 이렇게 말 하더군요. “나만 에어컨이 없으면 괴롭지만 모두가 없는 상황이니 불만이 거의 없어. 요령이 있으면 버틸만 해.” 선풍기와 냉풍기로 요령껏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폭염이 잦아지면서 이러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네요.


에어컨뿐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대부분 이렇게 오래된 집들이 많아서 난방이 잘 안 되고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 등의 하자가 흔하다고 해요.


외국인도 받을 수 있는 주택보조금


프랑스에는 꺄프(CAF – La Caisse d’allocations familiales)라는 주택보조금이 있습니다. 프랑스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도 지원 대상이라는 점이 놀라운데요. 집세와 집의 크기, 대상자의 소득 등을 고려해서 매달 현금으로 지원이 나옵니다. 심지어 국립 기숙사나 학생 아파트에 살더라도 지원금이 나오죠. 지역, 혹은 대상자의 조건에 따라 많게는 월세의 절반까지 지원을 받을 정도로 그 규모도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도 파리의 비싼 집값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청년들은 주로 룸메이트와 함께 살거나 동거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만약 함께 사는 이들이 보조금 신청을 각각 따로 한다면 해당 월세에 대한 주택보조금은 나눠서 지급된다고 하네요. 


또 프랑스에는 매우 독특한 청년 주거비 보조정책이 있습니다. 바로 노인과 함께 거주할 경우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인데요. 첫 편에서도 잠깐 소개해 드렸죠. 청년들이 혼자 사는 노인들과 함께 거주하며 그들이 필요한 심부름을 하거나 각종 집안 일을 거들어 주는 대신, 저렴한 월세에 또는 아예 무료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르신 댁에 살면서 강아지를 대신 산책시켜 주고, 월세는 아예 내지 않는 친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같은 제도를 통해 노인들은 외로움과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고 일종의 사회적 돌봄이 가능해지며, 청년들은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가 가능하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생각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런 형태의 임차는 월세 수입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도 않고, 임차인에게도 월세도 보조해 주면서 권장하고 있어요.


역사 VS 환경… 무엇을 지켜야 할까


몇 년 전부터 프랑스에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오래된 건물, 오래된 아파트들의 에너지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구식 난방, 기름 보일러, 오래되고 효과가 떨어지는 단열재. 모두 프랑스의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요인이죠.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 에너지 소비의 거의 절반, 탄소 배출의 3분의 2가 건물에서 일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3분의 2는 일반 가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고요. 그래서 광범위한 주택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주택을 리노베이션 해야 할까요? 다들 기본 100년은 된 집들인데 99년은 괜찮고 101년은 리노베이션이 필요 하다고 하면 될까요?


그 기준은 DPE(Diagnostic de performance énergétiqu), 우리말로 ‘에너지 효율 성능 진단 점수’, 그리고 GES(Gaz à effet de serre)라고 하는 ‘온실가스 배출 기준’으로 따집니다. 


사람들이 와서 이 집이 단열재는 규격에 맞는 두께로 잘 썼는지, 전구는 에너지 효율이 어떤지, 보일러는 뭔지, 환기는 잘 되는지, 유리는 단열 유리인지 이런 걸 점검하고, 결정적으로 1제곱미터당 연간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점수를 내는 겁니다. 


그 점수는 A부터 G까지로 매기는데요. 프랑스에서 집을 팔 때는 이 등급 점수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등급이 G인 집은 올해 안에 보일러를 바꾸거나 단열 보강 등 수리를 통해 등급을 올리지 않으면 내년인 2025년 1월 1일부터는 집 임대도 내놓을 수 없게 됩니다. 2028년부터는 F 등급도 임대가 불가하다고 하니, 집주인들이 지출이 많아져 속앓이 좀 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점수가 높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은 집이라는 의미여서 집값도 더 비싸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프랑스에서 5%가 안 되는 집만 에너지 효율 기준에서 최상등급을 받았고 대부분은 D라고 하네요. 


현재 기준으로 F와 G 등급 주택이 520만 채인데 이들이 자칫하면 4년 안에 임대 자격을 잃게 되는 겁니다. E, F, G 등급을 모두 합치면 프랑스 전체 주택의 40% 가량 된다고 하는데요. 만약 기한 안에 기준을 갖추지 못해 주택 시장에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면 집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프랑스 파리에는 100년 이상 된 아파트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19세기 파리 도시 재정비 사업 때 만들어진 건물입니다. 
  • 당시 사업을 기획했던 오스만 남작의 이름을 따 오스만 양식이라고 부릅니다. 석조 외관과 연철 발코니, 경사진 아연 지붕이 특징입니다.
  • 파리는 1구역부터 20구역까지 마치 달팽이 모양처럼 시계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1구역, 6구역을 비롯한 중심부가 가장 집값이 비쌉니다.  
  • 파리의 아파트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은 건축법이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실외기 설치 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 프랑스에는 꺄프(CAF – La Caisse d’allocations familiales)라는 주택보조금이 있습니다. 프랑스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도 지원 대상이며, 집세와 집의 크기, 대상자의 소득 등을 고려해 매달 현금으로 지급됩니다.
  • 프랑스 정부는 오래된 아파트들의 낡은 난방 시스템과 오래된 단열재가 탄소 배출을 증가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주택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매기고 효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향후 임대를 제한한다는 계획입니다.


💌 <청년 주거 세계여행>은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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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 주거 정책을 돌아보는 ‘청년 주거 세계여행’. 이번에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땅, 사우디아라비아로 가 봅니다.


라떼는 말이야…


요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아버지 세대들이 이런 푸념을 하는 상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때는 말야, 대가족이 한 집에서 오손도손 함께 살았는데, 요즘 애들은 참 욕심이 없어~”


사우디아라비아도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2대만 한 집에 살아도 대가족을 이루는 풍경이 제법 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일부일처제를 선호하고, 지속적인 출생률 저하까지 겪으며 대가족도 옛말이 되었죠. 


1970년대 사우디의 출생률은 7명 대였지만, 2000년 4명 그리고 2023년인 지난해 2.1명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된 건 사우디 청년 역시 취업난, 고물가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가족 사회였던 사우디가 핵가족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흥미로운 건 사우디의 이러한 가족 구성 변화가 주택 형태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이 많다 보니 방도 많아야 했는데요. 그래서 사우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큰 주택을 선호합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 정부가 제시하는 ‘서민용’ 국민주택 넓이가 55평이었던 걸 생각하면 감이 좀 오시나요? 불과 3~4년 전까지도 이 형태가 유지되다, 최근 들어 국민주택 기준이 36평대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핵가족이 많아지면서 방 많은 집보다, 그냥 집이 많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우디 사람이라면 ‘주택’에 살아야지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의 주택 상황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사우디 사람들의 거주 형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우디 국민들은 실제로도 단독주택에 주로 삽니다. 서민이 사는 주택이라고 해도 손님 접대용 거실과 가족용 거실이 따로 있는 구조가 기본이에요. 


참고로 사우디 집은 단독주택이든 공동주택이든 집에 들어가는 문이 두 개가 있는데요. 남녀구별이 엄격해 출입문을 따로 두었다고 합니다. 지금에야 그런 남녀 분리제도가 철폐됐지만, 과거에는 시아버지가 며느리 얼굴을 모르고 살 정도였다고 하네요.

출처: Arab News


서민 주택이 그 정도이고 중산층 주택은 규모가 훨씬 커집니다. 수입 규모에 따라 타운하우스, 빌라, 단독 주택 등으로 나뉘지만 대부분 화장실만 대여섯 개에 손님방, 가사 도우미 방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들 주택들은 대부분 담장이 매우 높습니다. 2층까지 가려질 정도인데요. 외부 시선으로부터 부녀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에요.

출처: sa.aqar.f

출처: sa.aqar.f

상류층으로 가면 차원이 달라지는데요. 겉으로 보면 3층짜리 콘서트홀 같기도 하고, 작은 성 같기도 한 대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거실만 서너 개에 수영장,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는 집이 많고요. 심지어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집도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의 고급 주택.
출처:
사우디 왕족이 사는 ‘place’.
출처:

사우디에도 물론 아파트형태의 공동주택이 많습니다. 한국의 고층 아파트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주로 20~30가구의 다세대 주택을 말해요. 여기에는 사우디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합니다. 


공동주택 수준도 천차만별인데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 방에 여러 명씩 사는 열악한 곳도 있는가 하면, 출입문 두 개에 접대용 거실이 따로 있는 방 3~4개짜리 다세대 주택도 흔합니다. 


주재원이나 사업차 사우디에 거주하며 어느 정도 금전적 지원이 있는 외국인들의 경우 ‘컴파운드’라는 주거단지에 많이 거주합니다. 컴파운드는 우리로 따지면 아파트 단지 같은 건데요.

컴파운드.
출처:
컴파운드 단지 전경.
출처: antaraliving.com

단지 안에 빌라, 주택, 아파트 등 여러 형태의 주택이 있습니다. 수영장과 체육시설, 레스토랑, 카페, 슈퍼 등 편의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으며, 좋은 곳은 단지 안에 국제학교가 있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컴파운드 안에서는 여성이 아바야(몸 전체를 가리는 사우디 전통 복장)를 입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습니다. 편한 복장으로 자유롭게 동네를 다닐 수 있죠. 남자도 살을 드러내는 옷차림으로 외출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사우디에서 복장과 이동의 자유가 있다는 건 외국인들에게 최고의 장점이에요. 


그래서 컴파운드는 기본적으로 거주비가 매우 비쌉니다. 최근 새로 생긴 컴파운드의 경우 방 3개짜리 타운하우스는 연간 렌트비용만 1억 원이 넘습니다.


‘작은 집’이 없다


사우디 청년들은 보통 서른 전에 결혼을 합니다. 대개는 결혼 후 독립을 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가족과 함께 사는데요. 최근 몇 년 새 주택 부족이 심화됐다는 건 분가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 그리고 그들이 살 만한 적당한 규모의 집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요즘 사우디에서 집 구하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방 세 개짜리 주택 유형이 많이 보입니다. 가장 크고 번화한 도시인 ‘리야드’에서는 방 3개, 화장실 3개 짜리 아파트의 평균 연간 임대료가 대략 2,000만 원 선에서 시작합니다. 만약 가구가 딸린 고급 신축 아파트라면 연간 렌트 비용은 5,000~6,000만 원까지 치솟아요.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젊고 번화한 도시이자, 사우디가 관광지로 밀고 있는 ‘제다’라면 같은 조건에서도 집값은 훨씬 더 올라갑니다. 한편 앞서 이야기한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복장의 자유가 있는 최신 컴파운드에는 젊은 세대의 수요에 맞춘 원룸, 투룸 아파트들도 들어섰는데요. 연간 렌트 비용만 5,000~7,500만 원에 달합니다.


집값의 15%만 있으면 내 집 마련 가능


사우디에서는 주택 가격의 15%만 있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합니다. 나라에서 85%까지 융자를 내어주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내 수중에 7,500만 원만 있으면 5억짜리 집을 살 수 있어요. 


그렇지만 85% 대출을 갚는 게 쉬울 리 없죠. 그래서 사우디 주택부에는 주택 융자금 규모가 어마어마 하게 쌓여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돈은 갚지를 못 하는데 내어주는 돈은 늘어나는 거죠. 


집을 팔 때는 융자를 무조건 갚아야 하는데요. 그래서 ‘남은 융자금 + 내가 이사 가고자 하는 집 값’으로 주택 매도 가격을 매기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만약 집을 팔지 않고 계속 살 예정이라면? 그냥 그렇게 갚지 않고 산다고 합니다. 우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이지요?


외국인의 경우 회사가 보유한 주택단지에 살거나 렌트 비용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는 1년씩 렌트 계약을 체결해요. 사우디 임대 계약은 보통 1년 단위예요. 임대료는 월세가 아니라 한 번에 다 내거나 두 번, 많으면 세 번에 나눠 낸다고 합니다. 


사우디에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주택 수당을 따로 받습니다. 사우디 노동법에 따르면 직원에게 3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주택 수당을 지불해야 합니다. 월급 외에 주거비를 더 준다기보다는 내가 받는 총월급이 월급과 주거비로 나뉘어 있는 것에 가까워요.


한편, 기숙사에 사는 대학생들은 따로 비용을 내지 않습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자취하는 대학생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집 짓기 대작전


201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수도 리야드의 주택가가 점차 5층 내외 높이의 공동주택으로 변모해 가고 있어요. 사우디 정부는 2018년 주택 부족을 해결하고 국민들의 주택 소유 비중을 높이기 위해 ‘사카니(Sakani)’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2030년까지 사우디 국민(외국인 제외)의 주택 소유 비중을 70%까지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더불어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2025년 말까지 30만 가구의 주택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요. 


가족 형태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택 이야기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도 흥미로운 이웃나라의 거주 이야기로 만나요.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일부다처제, 다산으로 대가족의 상징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점차 핵가족화 되고 있어요.
  • 가족 형태의 변화로 주택 수요도 바뀌어, 서민주택 기준이 과거 55평에서 최근 36평으로 축소되었어요
  • 사우디 사람들은 주로 주택에 거주해 왔으며 외국인들이 다세대 주택, 아파트 등에 주로 거주해요
  • 사우디에서는 주택 구매 비용의 85%까지 대출이 가능해요
  • 사우디 노동법에 따르면 회사는 직원에게 3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주택 수당을 지불해야 해요
  • 2018년 사우디 정부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주택 보유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릴 목적으로 ‘사카니’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가족 형태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택 이야기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도 흥미로운 이웃나라의 거주 이야기로 만나요.


💌 <청년 주거 세계여행>은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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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의 청년 주거 정책을 돌아보는 ‘청년 주거 세계여행’. 첫 번째로 함께 여행할 나라는 바로 옆 나라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제 지인 중에 일본 도심 외곽에 사는 분이 있습니다. 십여 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집을 구매해 지금까지 쭉 살고 있죠. 얼마 전 제가 그간 집값이 얼마나 올랐냐고 물었어요. 그때 그분이 밝게 웃으며 한 얘기가 잊히지 않습니다.


“바닥일 때 샀는데… 다행히 그대로야~ *^^*”


부동산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투자 자산’으로 여겨져요. 집을 적당한 가격에 구매해 잘 관리하면, 결국 가치는 상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변 환경까지 더 좋아진다면 금상첨화죠. 


실제 우리나라 데이터를 보아도 단기간의 주택 가격은 올랐다 내렸다 하는 모습이지만, 5년, 10년 단위로 그래프를 보면 주택 가격은 결국엔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준으로 일본에서 주택을 구매했다간 내가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주택은 고가의 소모품


일본에서 주택은 투자 자산이 아닌 자동차나 휴대폰 같은 고가의 소모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대폰도 느려지고 고장이 나는 시한이 있듯, 일본에선 주택의 수명을 20~30년 정도로 봅니다. 그 정도 되면 지진이나 쓰나미 한 번쯤은 겪기 마련이라 구조물들이 망가지기 시작할 때라는 거죠.

시기가 되면 재건축을 하거나 보수, 또는 리모델링을 하는데요. 일본에서는 집을 수리하는 데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듭니다. 게다가 재건축이 결정됐다고 해도 대부분 일률적으로 현재 *감가상각 된 건물가치 기준으로 현금 보상을 받기 때문에, 일본에서 재건축이란 좋은 일이 아닙니다. 


*감가상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반영하는 계산법을 말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집을 반드시 사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죠.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대출은 계속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대로 거주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주택 소유는 크게 메리트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라맛 부동산을 맛보다


일본인들은 언제부터 ‘집은 사면 무조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일본도 한때 ‘부동산 불패’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버블이 형성되던 시기가 있었어요. 1980년대 돈을 풀어 내수를 부양했던 부동산 버블이 일었던 때인데요. 90년대 들어 결국 버블이 터지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임대 가격도 무섭게 떨어졌어요.


대출을 잔뜩 받아 주택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감당 안 되는 이자와 원리금 상환 압박을 받는 경험을 한 뒤, 더 이상 주택은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게 되었죠. 마라맛 부동산 시장을 경험한 일본인들은 그때 이후 주택은 그저 삶의 터전일 뿐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는 곧 부동산 거래에서 매매보다 임대차 수요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1980년대 25~30% 수준에 그쳤던 임대차 비율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 거래량의 50%대까지 치솟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짱구는 못 말려>의 원작만화는 1990년에 처음 연재가 시작됐어요. 당시 짱구 아빠가 35년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샀으니… 왜 그렇게 항상 축 쳐진 어깨를 하고 있었는지 이제 이해가 가시죠? 


요즘 일본의 청년 중에서는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매우 적어요. 굳이 내가 집을 산다면 ‘결혼 후 아이가 생겼을 때, 도심 외곽으로 나가서 단독주택을 짓겠다’라는 계획을 가진 청년들이 많습니다. 


‘결혼 후 도쿄 입성이 아니라 오히려 외곽으로 나간다고?’ 하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네요. 일본의 청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외곽이 오히려 교통, 교육, 녹지 등 인프라 측면에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에요.


앞서 살펴본 내용을 통해 예상이 가시겠지만,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도 청년층의 주거 문제가 지원책이 필요할 만큼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일본은 공공 임대 시장이 매우 크고, 나라에서 가격을 안정적으로 붙잡고 있는 덕분에 민간 사업자들이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구조예요.


나라에서는 청년보다는 임대 계약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는 고령자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고 해요. 부동산 구입에 있어서는 아이가 있는 세대나 젊은 부부를 대상으로 세금 감면과 같은 혜택을 주고 있고요. 


예외는 있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보편적인 주택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도쿄입니다. 건축비용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 가격이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바로 그곳이죠. 특히 도쿄 핵심지역을 뜻하는 ‘도쿄 23구’에 거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매우 높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이들의 경우 더욱 도시에 계속 거주하며 일을 하고 싶어 해요.

도쿄 23구. 출처: hokushinfudosan


도쿄는 집값도 계속 오른다는데, 집을 사면 참 좋겠지만 일본 청년에게 도쿄 집값은 매우 비싼 편입니다. 도쿄 23구 인기 지역에 있는 방1개, 거실, 다이닝룸, 주방으로 구성된 12평짜리 맨션의 가격은 한화로 10억 원이 넘습니다. 신축이라면 15억 원 이상으로 올라가요. 


이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임대를 선택하는 성향이 점점 강해지는데요. 결혼을 늦게 하거나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아이를 낳지 않고 부부 둘만 사는 가구가 많아지면서 넓은 거주 공간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삶의 변화가 임대 수요를 변화시키고 있는 거죠.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일본의 주택 개념


그럼 일본 20~30대 청년들은 어떤 집에서 살까요? 보통 도심이나 지역의 역 근처에 있는 ‘맨션’에 많이 삽니다. 맨션은 3층 이상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물인데요. 도심에는 초고층의 ‘타워맨션’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최근 일본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 형태예요. 도쿄 23구에 있는 새로 지은 초고층 타워맨션의 경우, 7평짜리 원룸 월세가 최소 130만 원 선입니다. 이를 훌쩍 넘는 가격도 즐비하고요.

일본 맨션. 출처: yolo-japan.com  
일본 타워맨션. 출처: 쿠키뉴스  

일본 스튜디오(원룸) 타입 평면도. 출처:


일반 맨션의 경우도 23구에 있다면 최소 월세 70만 원 이상 지불할 각오를 해야 집을 구할 수 있어요. 물론 초기 계약 비용에는 사례금(2차 대전 이후 매물이 부족한 시대에 집을 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주인에게 사례금을 주던 것에서 이어진 관례. 보통 월세1~3개월 분), 보증금, 중개수수료(월세 1개월분) 등이 추가로 필요하죠. 그러나 같은 조건으로 우리나라의 고양시나 분당에 해당하는 외곽 도시로 나간다면 원룸 맨션의 경우 월세는 40만 원대, 방2개 짜리는 80~150만 원대로 낮아집니다.


일본에도 아파트는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층 아파트가 아니고, 주로 2층짜리 목조 또는 철골 구조의 다소 허름한 건축물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생활이 넉넉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해요.

일본 아파트. 출처:


그럼 거주 옵션이 맨션, 아파트, 단독주택 밖에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UR이라는 공공임대 주택이 있어요. 정부가 직접 매입해 관리하는 임대 아파트인데, 단지 내 놀이터와 녹지 공간 등을 갖추고 있어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모습이에요.


UR 임대 주택은 보통 집을 구할 때 초기비용으로 나가는 중개수수료, 사례금, 보증금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소득이 증명되어야 하고, 그 심사기준도 높으며, 대개 30년~50년 된 노후 건물이 많습니다. 요즘은 신축 UR을 건축할 토지가 부족한 탓에 타워맨션 형태로 많이 짓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UR 임대 주택. 출처: indojapanpulse.com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일본인들은 집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내 소유의 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 일본의 청년들도 일자리를 위해 도심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한다
  • 일본의 주택 형태는 크게 맨션, 단독주택, 아파트, 그리고 국가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인 UR이 있다
  •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넓지 않은 원룸 형태의 맨션 선호가 높다
  • 일본의 젊은 세대는 굳이 집을 구매한다면 결혼 후 아이가 생겼을 때 외곽으로 나가 주택에 살겠다는 생각이다
  • 일본 정부는 청년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책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아이가 있는 집, 신혼부부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 등이 있다


언어도 문화도 비슷한 부분이 많은 일본이지만 주택에 대한 생각만큼은 전혀 다른 일본의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다음 주에도 흥미로운 이웃나라의 주거 이야기로 만나요. 


💌 <청년 주거 세계여행>은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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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사가 우리보다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뉴스는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일 텐데요. 특히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우리보다 먼저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일들을 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가올 문제를 보다 현명하게 해결할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제가 이번 연재를 통해 전해드릴 이야기는 ‘외신으로 보는 전 세계 청년 주거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해외 사례들을 전해드리면서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요.

 

청년 주거를 위한 나라는 없는 걸까요?

 

프랑스 파리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청년 주거비 보조 정책이 있습니다. 국가가 월세의 대부분을 내주는데, 그런 집들이 변두리도 아닌 파리 중심부에 있다는 게 놀랍고 부럽죠.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노인과 함께 거주’해야 한다는 거예요. 

 

청년들이 혼자 사는 노인들과 함께 거주하며 그들이 필요한 심부름을 하거나 돌보게 하고, 대신 저렴한 월세나 무료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에요.

프랑스 정부는 이런 형태의 임대에 동참하는 임대인에게는 월세 수입에 세금을 물리지도 않고, 임차인에게도 월세 보조를 해주면서 권장하고 있습니다. 잘만 하면 청년 주거도 해결되고 노인 지원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프랑스의 주거 현황에 대해 사전 정보가 있는 분이라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드실 수도 있어요. 

프랑스는 공공임대주택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저렴한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인데, 프랑스 청년들은 왜 굳이 노인들과 같이 거주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걸까요?

 

실제로 프랑스는 전체 주택의 15%가 공공임대주택이고,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한 약 20% 정도의 주택이 비교적 월세가 저렴한 사회주택입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10%가 채 안되는 것을 생각하면 프랑스는 주거 고민이 꽤 해결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죠.

 

우리나라도 사람들이 살기 원하는 지역의 집은 비싸지만 더 외곽으로 나가면 얼마든지 저렴한 집이 많잖아요. 다만 사람들은 그런 외곽에서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비싼 월세를 감당하면서 도심과 역세권으로 몰려드는 것이죠. 

 

그건 프랑스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파리의 교통 편한 지역의 월세는 청년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그 어디에도 대도시에 관한 한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충분하고 원활하게 공급하고 있는 나라는 없어요. 일부 국가에는 대도시 한복판에서 낮은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청년 주거 공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몇 년씩 기다려야 하고, 들어오고 싶어 하는 대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수리나 관리가 잘 되는 경우도 드뭅니다. 

 

청년의 주거 문제에서 일부가 잠시 행복할 수는 있지만, 모두가 장기적으로 행복한 나라는 아직 없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전 세계 모든 대도시의 월세가 청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예외 없이 치솟는 근본적인 이유는 청년들이 기성세대, 고소득층, 2인 이상 가구 등 체급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링에서 경쟁하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수억 원인 변호사들이 일하는 건물에는 편의점도 필요하고, 식당도 필요하고, 인쇄소도 필요합니다. 그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그 건물에서 가까운 집에 살기를 원하지만 그건 고소득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죠. 

 

결국 그 건물에서 가까운 월셋집은 공실이 생길 때마다 비싼 가격에 변호사들이 가져가게 됩니다. 앞으로는 점점 더 모든 경제활동이 복잡한 도심에서 이뤄질 거라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거예요.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 같지만, 그럴수록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들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도 있고, 적어도 다른 나라들이 먼저 경험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보람과 의미가 있을 만한 일은, 다른 나라의 주택 환경을 살피다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생활하는 모습까지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언론과 자료를 통해 한 나라의 특정 분야를 깊이 살피는 일은 그 나라를 직접 여행하는 것만큼, 때론 오히려 더 그 나라를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거든요. 

 

앞으로 저는 여러분과 함께 다른 나라 청년들이 어떤 조건으로, 어떤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한 덕분에 세계 곳곳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이 많은데요. 어피티 독자분들에게 좀 더 생생한 정보를 전해드리기 위해 오랜만에 그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려고 합니다. (얘들아 보고 있니?) 다른 나라 친구들 집 구경, 저와 함께 다녀보시죠.

 

💌 <청년 주거 세계여행>은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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