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 집을 구하지 마세요 🏠

글, 정은길 며칠 전, 집에 이모가 놀러 오셨습니다. 지난 8월 말에 제가 이사를 했거든요. 같은 지역에 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두다가 최근 1단계로 완화가 되면서 놀러 오신 거죠. 집을 둘러보던 이모가 딱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제 너는 이 집에서 평생 살면 아무 걱정 없겠다.”
“…?”

아니, 어떻게 한 집에서 평생을 사나요? 생물학적 나이로만 따지면 저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사람인데요. 앞으로 제 삶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데, 지금 사는 집에서 평생을 산다는 생각을 한다고요?

물론 이모는 덕담이라고 생각해 건넨 말입니다. 저 역시 이모의 말에 조금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요. 다만, 아무것도 모르던 집 매매 입문자 시절의 제가 떠올라 가슴이 아팠어요. ‘이 집에서 평생 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게 과거의 저였거든요. 결국 부동산에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부동산 시장과 정반대의 흐름을 걷게 되었죠.

님, 처음부터 평생 살 집을 구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더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 생각이 나의 이동과 도전을 가로막아요. 저의 경험담을 통해 이 내용을 더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체크 포인트 1.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집을
살 수 있으세요?

집을 사는 건 정말 큰 일입니다. 부동산을 업으로 하거나, 부동산 투자에 전문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큰 이벤트죠. 그래서 집 매매를 자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자주 이사 가는 게 힘들어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것도 있으니까요.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데 한 주거지에서 나름의 뿌리를 내리려 하는 목적이 다분히 섞여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아주 오래된 반지하 빌라를 사면서도 ‘오래오래 살아야지’ 생각했어요. 너무 소중한 내 ‘첫’ 집이었기에 그 마음이 더 강했죠. 

하지만 ‘소중한 것’과 ‘불편한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는 첫 집에서 오래 살겠다는 생각이 제 발목을 잡았어요. 불편한 걸 자꾸 참게 만들었거든요. 가파른 언덕도, 측간 및 층간 소음도, 불편한 환기 시스템도, 작은 화장실도, 최악의 주차도 무턱대고 참았습니다. 정말 미련한 짓이었죠.

불편하면 사는 곳을 옮겨야 합니다. 참을 이유가 없어요. 더 나은 삶을 위해 내 집을 마련한 건데 왜 불편을 참아야 하죠? 내가 가진 돈으로 더 괜찮은 조건의 집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안 될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엉덩이 무겁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오래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참고 견디는 걸 택하게 만들어요. 이건 더 좋은 집을 마련할 기회를 나도 모르게 막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살다가 불편하면, 집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 집을 팔고 이사를 할 수 있어야죠. 더 좋은 곳이 분명 있습니다.

📌 생각의 전환을 위한 팁 1

첫 집은 최대한 짧게 머무르는 게 좋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집을 사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내가 가진 예산 내에서 겨우 마련하는 게 첫 집입니다. 이것저것 불편한 게 많을 거예요. 내 집을 마련한 뿌듯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이곳에서는 평생 산다는 생각 말고 빨리 돈을 모아 더 나은 곳으로 갈 거라는 결심을 해주세요.

게다가 첫 집은 선택의 미숙함이 많이 작용한 곳일 수 있습니다. 아주 운 좋은 케이스가 아니라면, 처음으로 집 매매를 경험하면서 내가 미처 체크하지 못한 하자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첫 선택에는 당연히 실수가 섞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가능한 한 빨리 그 실수를 수정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더 나은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요.

체크 포인트 2.
세금과 이사비가 아깝다고요?

집을 사고파는 것에는 ‘세금’이 듭니다. 내 집이든, 남의 집이든 이사를 하면 ‘이사비’라는 것도 들고요. 그래서 자주 이사를 하면 돈이 샙니다. 이동 자체가 돈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돈을 너무 아까워하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은 돈 아끼려다 좋은 기회 다 놓칩니다.

두 아이를 가진 제 친구의 사례입니다. 친구는 아이가 어릴 때 전셋집에 들어가, 이사 간 지 딱 보름 만에 나왔습니다. 도로변으로 난 창문으로 계속 매연이 들어와 건강을 위협했기 때문이에요. 짐을 풀기도 전에 다시 이삿짐 업체를 부르고, 중개비를 들이면서까지 옮겼습니다. 

이후에도 그 친구는 사는 환경이 더 나은 집으로 계속 이사를 했어요. 계약 기간을 채우든 말든, 세금이 얼마가 들든 살기 불편하면 과감히 이사했어요. 다행히 더 나은 곳으로 옮기기 위해 이사를 할 때마다 집값이 오르는 결과가 따라왔습니다. 집값 상승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는데, 더 좋은 집을 찾아 이사를 하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요. 지금은 아이들 학군까지 고려한 마포구 아파트에 자가로 거주 중입니다.

저는 어땠을까요? 네, 그 반대였습니다. 고지식하게 전세 계약 기간은 무조건 채워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안 그러면 내가 집을 내놔야 하니 중개비가 드는데,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고 판단했죠. 그리고 일단 거주지가 확보되면 ‘집 문제가 해결됐다’라고 생각하고, 더 나은 집을 찾아보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결과, 제집만 빼고 다 가격이 올랐습니다. 더 정확히는 제집보다 더 나은 집만 오른 거겠죠. 더 나은 환경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저는 집값 상승 기회를 만나볼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 생각의 전환을 위한 팁 2

‘소탐대실’이라고 하죠. 눈앞의 몇백만 원을 아끼려다 좋은 집을 잃는 선택을 하지 말아주세요. 가장 최고의 부동산 투자는 더 나은 곳으로의 이동입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상급지로, 무리해서라도 이동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더 나은 곳으로 언제든 옮기겠다는 의지, 그리고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않아도 이사가 가능하다는 유연한 생각을 하셔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그 돈은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언제든 마련할 수 있는 이사비가 아까울까요,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기회를 놓치는 게 더 아까울까요? 그 답은 이미 아실 거예요. 이 답을 최근에서야 발견한 저는 전세 계약 1년 만에 집을 나와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를 강행했습니다. 지금은 제 선택에 굉장히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체크 포인트 3.
이미 익숙해진 동네가
더 좋다고요?

거주지를 옮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잘 아는 곳이 편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 곳에서 쭉 사는 게 무조건 좋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익숙한 것’과 ‘편리한 것’의 차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저는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무려 7년을 살았습니다. 점점 동네가 익숙해지더니 나중엔 정도 들더군요. 저는 그 집에서 평생 이사도 가지 않고 살려고 했습니다. 나중엔 그 집으로 주택연금까지 받을 생각이었죠. 

그런데 익숙해지는 것과 별개로 그 집에서 살면 살수록 불편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특히 강남 쪽에서 일할 일이 많았는데요. 경기 북부 외곽에서 강남으로의 이동은 저를 지치게 했습니다. 시간이 돈인 프리랜서에게 이동 시간이 긴 건 너무 불리했죠. 그 사실을 만 7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둔했던 탓인데, 주위를 둘러보니 저처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익숙한 동네에 머무는 분들이 제법 계시더라고요. 

나의 불편함을 익숙함으로 덮지 말아 주세요.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나만 손해입니다. 집값 상승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불편하게 산 지난날의 내 세월도 보상받지 못해요. 익숙하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익숙함 사이에 불편함이 섞여 있다면 그걸 개선하기 위해 기꺼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 생각의 전환을 위한 팁 3

tvN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 나오는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 대표가 이런 말을 했어요. 무거운 가전제품이나 가구보다 더 옮기기 힘든 게 바로 ‘생각’이라고요. 익숙하다는 이유로 계속 같은 거주지를 고수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불편한 점이 있는데 왜 굳이 그걸 감수해야 하나요? 하루라도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이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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