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얼마 전, 요가 센터에 등록했어요. 예전에 잠시 다녔던 동네 요가 센터는 따뜻한 분위기라서 좋았는데, 새로 등록한 요가 센터에서는 ‘힙함’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센터를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레 요가 선생님들의 이력을 알게 됐는데, 공무원, 마케터,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다가 요가의 매력에 반해 커리어를 전환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늘 활기찬 모습으로 회원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주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궁금해서 요가 선생님께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 여쭤봤어요.
오늘의 프로일잘러, 글로리아 님
조이: 요가 선생님의 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글로리아: 가장 중요한 일은 요가 수련을 진행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난이도 높은 동작을 수행하는 운동’으로 생각하지만, 요가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이에요.
요가 수련 진행은 그룹으로 진행하는 정규 수업과 일대일 개인 세션으로 나뉘어요. 주말에는 빈야사, 아쉬탕가 지도자 과정 트레이닝도 진행합니다. 그 외에도 센터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내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됐지만, 지금은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맡아서 해내야 하는 게 가장 크게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언어를 좋아했지만, 통·번역사라는 직업은 힘들었어요”
조이: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글로리아: 통·번역사로 일했어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걸 너무나 좋아했어요. 중학생 때부터 팝송을 들으며 독학으로 영어를 배우곤 했었죠.
학부에서는 일본어, 대학원에서는 한영 통·번역을 공부했고, 그렇게 통·번역사로 일하게 됐을 때 평생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언어를 좋아하는 것’과 ‘통·번역사로 일하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었어요. 직업의 특성상 전달자인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데, 저는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결국 일을 해보고 나서야 통·번역사라는 직업이 요구하는 자질과 제가 갖고 있는 자질이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을 하면 할수록 너무 힘들었고요.
“요가는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꿈꾸던 목표를 이루고, 다시 그 꿈이 깨지는 아픔을 겪는 동안,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게 바로 요가였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요가 수련을 해왔는데 직업적 갈등을 겪는 동안 요가 수련을 통해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가 외부 환경이 아닌,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물론,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요가 선생님을 선택한 것은 부모님의 기대와 남들의 시선이 중요했던 저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이 여기 있다’라는 판단에 용기 내서 요가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이제 확신이 되었답니다.
“타인의 성장을 돕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어요”
조이: 요가 선생님으로 일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글로리아: 나만 잘하면 되는 일을 하며 살아가다가, 남을 돕는 일을 하게 되면서 느끼게 된 기쁨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봐줄 때 반짝이는 스타일이라, 티칭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요. 저와 함께 몸과 마음 건강을 챙겨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회원들을 볼 때마다 큰 행복감을 느꼈죠.
요가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함께 다루는 수련이고,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해야 해요.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서 남을 지도할 수는 없으니까요.
요가 수련 과정을 통해 제 안에 수많은 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건 이래서 안 돼’, ‘저건 저래서 안 돼’라는 틀이 무수히 많았고, 그 존재가 저에게 긴장과 걱정을 안겨주곤 했었죠.
내면의 틀을 깨는 과정은 정말 어려웠어요. 지금도 틀을 깨려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에요.
“인도 여행이 터닝 포인트였어요”
조이: 성장의 터닝포인트가 된 경험이 있나요?
글로리아: 20대에 두려워하지 않고 원 없이 여행을 다닌 경험이에요.
대학 졸업 후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등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6개월의 여행 끝에 얻은 것은 ‘구속받지 않는 온전한 자유로움’이었습니다.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인도 여행을 통해 비로소 나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느끼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시간이 천천히 흐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호기심에 인도 요가 대학교에서 요가를 배운 것도 지금 돌이켜 보면 운명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10년이 지난 후 요가 선생님이 될 줄 꿈에도 몰랐을 때였죠.
저희 요가 센터에서는 마음과 감정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운영하고 있어요. 몸과 마음이 서로 얼마나 깊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 특히 마음이 몸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이 세미나를 통해 저는 모든 기준과 틀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렇게 요가가 제 인생에 커리어로 자리 잡게 되었답니다.
글로리아의 한 끗 차이
글로리아 님은 좋은 요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스스로 성장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요. 몸에서 에너지가 넘치고, 마음은 활짝 열려 있고, 의식을 높게 유지해야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내가 못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정말 많았고, 어려움을 만나면 회피하려는 성향이 있어서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글로리아 님의 멘토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고 해요.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무언가를 감내해 본 적이 없으니,
이번 한 번만 버텨보자.”
글로리아 님은 멘토님의 조언에 ‘정말 한 번만 믿고 버텨보자’라고 마음 먹었고, 그렇게 버텨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고 하죠. 남들이 좋다는 직업을 버리고, 나에게 좋은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용기’는 시작점으로 작용합니다.
글로리아 님은 변화를 위해 용기를 냈고, 이제는 그 용기 덕분에 ‘아프다’를 달고 다니던 과거에서 벗어나 ‘함박웃음’을 달고 다니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마음속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진다면 가만히 들여다보고 용기를 내 보세요. 용기를 내는 과정에 도움이 필요하면 알려주시고요. 여러분의 용기가 멋진 변화로 이어지는 삶을 오늘도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