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의 책 <자기경영노트>를 펼쳤어요. ‘회사를 잘 경영하려면 자기 경영이 먼저지!’라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책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자기경영이 아닌, 조직경영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채워져 있더라고요
1909년생 피터 드러커가 경영학자로서 주목했던 것은 육체노동에서 지식노동으로 변화한 경영환경이었어요. 지식노동으로 성과를 내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지식노동의 환경은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지식노동의 효율화를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자동화에 집중하는 반면, 개인들은 매력과 개성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빈틈을 채워가고 있어요.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제품, 서비스, 콘텐츠, 공간에 소비자들이 환호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시작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이들은 더 큰 시장으로 나설 수도 있어요. 입소문 난 동네 빵집이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전국구 빵집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흐름 속에서 ‘스몰브랜드’가 주목받는 요즘, 스몰브랜드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중보다 한발 앞서, 스몰브랜드의 가능성을 알아본 김시내 님의 이야기를 소개할게요.오늘의 프로 일잘러, 김시내 님
조이: 무슨 일 하세요?
김시내: ‘스몰브랜더’의 마케팅 코치로 일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로 정의할 수 있어요.- 스몰브랜드의 마케팅 문제를 정의하고
- 그 문제의 해결방안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고
-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고
-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요
운명처럼 이어진 ‘스몰브랜더’로의 여정
‘스몰브랜더’를 창업하기 전에는 기업 마케팅 팀을 거쳐, ‘와디즈’에서 프로젝트 디렉터로 일했어요.기업 마케팅 팀에서 와디즈로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하겠다’라는 생각에 취업해, 마케팅 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규모 있는 기업이라, 마케팅 전략을 짜고 실무는 대행사에 맡긴 뒤, 관리하는 일을 담당했어요.마케팅 캠페인의 성과가 잘 안 나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내가 직접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됐어요.
비교적 안정적인 기업을 떠나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에 간다고 했을 때, 모두가 말렸어요. 하지만 내 젊음의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밀어붙였죠. 돌이켜봐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빠른 시간 내에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거든요. 와디즈에서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고, 보상까지 받으며 일할 수 있었어요.와디즈에서 스몰브랜더 창업으로
와디즈에서 스몰브랜드를 돕는 일을 하다 보니, 스몰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퇴사 후 경제적인 불안감 속에 1년을 보내야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습니다.물론 지금 수준에서 경제적으로 만족할 수는 없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어요. 그래도 경제적 보상보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이겨내고 스스로 얻어낸 성장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해요.
독립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깊게 고민하거나 노력할 계기가 부족했을 거예요.
“콘텐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어요”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여기서 콘텐츠는 SNS, 뉴스레터, 유튜브, 블로그 등 온드 미디어(Owned Media)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콘텐츠를 뜻해요. 올해부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연재도 시작했고, 스몰브랜드를 위한 마케팅 지침서도 11월에 출간될 예정이에요. 회사의 첫 제품인 만큼, 스테디셀러로 만들어 보고 해요. 출간 소식은 을 통해 알려드릴게요!“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해요”
저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에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동기부여가 떨어져요. 와디즈에서 PD로 일할 때, 많을 때는 한 달에 20개의 프로젝트를 디렉팅했어요. 그 중에서도 성과를 주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더 큰 애정을 느꼈어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펀딩으로 성과를 낸 브랜드가 펀딩 이후 성장하지 못하는 걸 보면 힘이 빠지더라고요. 와디즈에서 퇴사하고 마케팅 컨설팅을 하게 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어요. 훌륭한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상세페이지를 제작했고, 그래도 성과가 안 나오면 주먹을 불끈하고 퍼포먼스 마케팅까지 도와서 끝내 성과를 만들어 냈어요.“자유가 주는 행복으로 힘겨움을 이겨내요”
독립해서 살아가는 일상이 힘들고 외롭지만 자유롭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해요. <코끼리와 벼룩>에서 찰스 핸디가 ‘행복이라는 저울대에서 무게를 달아본다면 틀림없이 자유가 이긴다’라는 말을 했는데,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힘들 때도 ‘내가 선택한 힘겨움’이라는 생각이 버티게 해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해 줄 누군가가 없을 때 불안감을 느끼기도 해요. 마케터라는 직무 특성상 포괄하는 일의 범위가 넓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 어렵고, 자꾸 동굴 속을 걷는 느낌일 때가 많거든요. 쉬어가면서 생각하면 좋은데, 쉴 새가 없네요. (웃음)“나를 이해하기 위해 일해요”
일을 좋아하고 일로 존재감을 느끼다 보니, 기분이나 신체의 컨디션을 신경 쓰지 않고 일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이 문장을 되뇌이면서 ‘쿨링 타임’을 갖곤 해요.“자애하는 사람은 자신의 분수에 맞는 일을 묵묵히 합니다.
‘자신의 분수에 맞는 일’이란 문자 그대로
‘자신의 기분과 신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풍요로움을 음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한다’는 겁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더라도 저는 계속 일할 거예요. 일만큼 나와 남을 이해하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 없으니까요.
‘일하는 나’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존재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