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중국은 의 주요 재료인 ‘요소(암모니아)’를 80% 가까이 수출합니다. 그런데 요새 중국에서 석탄이 부족해서 난리가 났죠. 미국에 이어 호주와도 철광석과 석탄을 두고 무역갈등을 벌이면서 석탄 가격이 크게 올랐어요. 중국은 이렇게 귀한 석탄에서 추출한 요소를 다른 나라에 줄 수 없다고 수출을 막았습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우리나라예요. 국내에는 요소 생산 공장이 없을뿐더러 이었던 요소수가 5만 원까지 오르고, 그마저도 구할 수 없는 곳도 있어요. 지금처럼 요소수 공급이 모자라면 디젤 차량이 대부분인 화물 트럭은 운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요소수를 제때 넣지 않으면 시동이 잘 걸리지 않고 배기량 출력이 낮아져 운행이 어렵거든요.”
지난 2일, 요소수 부족현상에 대해 보도한 뒤로 요소수 가격이 더 크게 올랐습니다. 10ℓ에 1만 원 안팎이던 이 20만 원까지 무려 20배나 올랐어요.
수요는 폭발하고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라는 말 다음에는 ‘반드시 가격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왜냐하면 경제학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 이 등장하거든요. 지난 3일, 정부는 을 처벌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이 사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비슷한 사례를 가져왔어요. 바로 2019~2020년에 있었던 일회용 마스크 매점매석 사태입니다. 2020년 2월, 개인 위생용품인 마스크 가격이 2019년 12월 대비 올랐습니다. 단 3개월 동안 벌어진 일이에요.
마스크 매점매석
그 전의 이야기
일회용 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 맥락은 이러했죠.
- 중국의 산업화와 공장의 동부해안 집중 육성으로 미세먼지 발생 빈도가 늘어나면서, 국내 가 늘었습니다.
- 호흡기 전염 질병이 확산될 때마다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2015년 때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했어요.
- 게다가 국산 마스크는 해외에서도 . 마스크가 의약외품(의료용품)으로 지정된 나라는 뿐이라서, 그 품질이 뛰어나거든요.
국내·외에서 한국 마스크 수요가 커지면서 마스크 제조회사도 . 식약처에서는 2016년부터 3년간 마스크 품질 검사기관을 마스크 신규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죠.
이렇게 공급이 쭉쭉 늘고 있는 데다, 정부 차원에서 관리도 철저한데 마스크가 부족하다니요? 그 와중에 2020년 2월, 마스크 국내 재고가 이었다는데 이건 또 무슨 얘기일까요?
주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 ① 내수용보다 수출용으로 더 많은 마스크를 반출했고
- ② 매점매석이 나타나고 있었고
- ③ 생산량과 재고량을 모두 더한 것보다 수요량이 많았고
- ④ 유통이 수요를 못 쫓아가면서
- ⑤ 마스크 원자재는 중국에서 수입해오는데 였던 거죠.
이 중에서 우리는 ①과 ②를 짚어보기로 해요.
이익을 추구하는데
문제 있어요?
‘기업은 이익을 추구한다’
먼저 이 문장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돈을 벌고 싶은 모두가 이익을 추구하죠. 손해 보면서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품귀현상이 벌어지기 전, 마스크 가격은 평균적으로 600원~1,000원 정도였습니다. 1,000원짜리 마스크를 2,000원에만 팔아도 엄청난 거죠. 3,000원에 팔린다면, 2,000원에 사서 되팔아도 이득이고요. 이런 식으로 최대 6,000원 대까지 올라간 거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다른 나라에서 한국산 마스크를 사겠다며 ‘무조건 두 배’를 부릅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한국 내수 시장에서 당신 그거 얼마에 팔려고 했든지,
따블로 살게, 내가.”
이 말을 거절할 기업이 있을까요? 더 많이 쳐준다는데, 마스크를 두 배로 수출하면 안 되는 걸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이익이 많이 나는데 말이죠.
심지어 두 배 가격으로 마스크를 수출하면 이익은 두 배보다 훨씬 더 큽니다. 원가 500원에 생산해 1,000원에 팔면 500원이 남아요. 그런데 두 배인 2,000원에 팔면 이익은 1,500원으로 세 배가 됩니다. 이렇게 생산 원가는 그대로인데 가격만 오르니까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예요.
불법도 아닌데 평소의 몇 배나 돈을 더 벌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팔고 싶겠죠? 그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입니다.
‘한국 마스크 사고 싶어!’
중국,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에서 한국 마스크를 사고 싶다고 안달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을 제한하지 않으면 마스크는 모조리 다른 나라에 팔리게 되겠죠. 그게 시장이 돌아가는 방식인걸요.
아니나 다를까, 전문가들은 당시 마스크가 모자랐던 가장 큰 이유는 고 합니다. ‘마스크가 부족해서 난리’라고 하기 며칠 전까지 전체 생산량의 70%가 수출되고 있었던 거예요.
결국 2020년 2월 26일 기준, 마스크 수출이 로 제한됐습니다. 수출제한 조치를 포함한 ‘’이 통과하는 데까지 한 달이 .
물론 이론적으로는 반시장적 행위예요. 비싼 값을 주는 곳에 파는 게 시장 논리니까요. 그럼에도 법이 개입한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을 했기 때문이죠.
매점매석은
일석이조다?
경제학은 매점매석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매점매석: 가격이 오를 거 같아서 미리 챙겨놨다가 오르면 비싸게 파는 행위. 물량이 시장에 안 풀리고 창고에서 썩고 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오를 가격이 더욱더 오름
- 마스크 판매자: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건 장사의 기본이야, 기본! 아무리 비싸도 필요하면 사게 되어 있다고~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가격이 비싼 걸 어떻게 하냐?
-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 장사 그렇게 하지 마라!
- 경제학자: 웃기지 마라!
경제학원론 첫 장을 펴면 나오는 공급·수요 곡선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건을 ‘바로’ 사고판다는 걸 전제합니다. 그런데 매점매석은 시장에 물건이 모자라서 소비자가 발을 동동 구를 때까지 물건을 묶어놓습니다.
- 판매자: 마스크 한 장에…
- 구매자: 한 장에?
- 판매자: 글쎄~ 얼마 줄 건데?
- 구매자: 지금 급해! 전에 100원이었지?
- 판매자: 그랬나…? 근데 재고가 없는 듯?
- 구매자: …110원.
- 판매자: 없어 없어 나도 없어~
- 구매자: 130원!
- 판매자: 아 몇 장 있을지도~
여기서부터 이미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의 기본 가정은 깨지는 거예요. 그러다 매점매석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시장을 모니터링해서 상대방보다 더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에 내놓게 됩니다.
매점매석과 담합을
경제학이 싫어하는 이유
경제학은 매점매석이나 가격을 굉장히 싫어해요. 소비자와 판매자가 정상적으로 합의한 가격이 아니니까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은 공급자와 소비자, 양측이 정상적으로 합의한 가격에 최대한 가까운 가격으로 물건이 거래되는 곳입니다. 경제학은 시장을 아주 좋아해서, 전체 시장이 최대한 커지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그런데 매점매석이나 담합으로 굴러가다간 결국 전체 시장이 쪼그라들거든요.
혹시라도 ‘자유경쟁 시장을 따랐을 뿐이다!’라는 논리로 매점매석 업체를 옹호하는 기사가 나오면,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그래서 님이 알아야 할 것
이제 요소수 이야기로 돌아와 볼게요. 요소수 매점매석이 지속됐을 때 시장과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시장에 미치는 영향
- 상품이 귀해집니다. 주유소 몇 군데를 돌아다녀도 요소수 한 통을 사기가 힘들어져요.
- 상품의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요소수 가격이 이미 몇 배로 뛰었죠.
- 재고가 있기만 하면 상품을 사기 때문에, 상품의 질이 떨어집니다. 원래는 KF94 마스크만 사던 사람이 마스크가 부족할 때는 일회용 마스크라도 찾게 되죠. 하지만 대체재가 없는 요소수는 다릅니다. 그래서 가격이 오르는 폭이 더 커요. 마스크는 최대 6배가 올랐지만 요소수는 20배까지 올랐잖아요.
- 절박한 심리를 이용한 사기 범죄가 늘어납니다. 비싼 값에 마스크를 구매했더니 사례가 뉴스에 보도됐죠? 요소수도 너무 모자라다 보니 반나절동안 1억 원 가까운 했다는 이야기가 벌써 나왔습니다.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 물가가 비싸집니다.
- 웃돈을 줘도 상품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 구매 의사결정에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남이 사기 전에 얼른 사려고 사기인지 아닌지도 판단하지 않고, 가격이 비싸도 일단 사고 보는 거예요.
정부가 매점매석을 방지하려고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돌린다고 했으니, 당장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다른 나라와 상황이 다르거든요.
우리나라는 요소수를 거의 전부 하고 있습니다. 소수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완전히 철수한지 오래예요. 국내 기업이 다시 요소 생산을 시작하기 전까진 계속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기업들이 팔아봤자 손해인 요소를 억지로 생산하는 것도 시장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시장논리대로 하면 이익이 되지 않아 기업들이 나서지 않는 바로 이럴 때, 정부가 개입하는 거예요. 보조금을 지급해 손실을 보전하고 일정 이익을 챙겨주며 기업에 를 주는 방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