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는 돈이 된다?

글, 정인

2032년에 개최될 제35회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올림픽 개최 도시를 한 곳으로 결정해 신청해야 하는데, 서울과 부산이 경쟁하다가 결국 . 2002년 월드컵이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 달리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다른 뉴스들이 많았던 탓일까요?

옛날 사람: 라떼는 말이야! 우리나라에서 올림픽 열린다, 이러면 ‘이야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구나! 잘 사는구나!’ 싶어서 눈물을 흘렸어!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오늘은 국제행사 유치의 경제효과에 대해 얘기 드릴 거거든요! 

올림픽 개최지,
왜 중요할까?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도 그렇고, 가 등장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그렇고. 올림픽 개최 도시가 결정되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게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대체 왜 다들 그렇게 국제행사를 개최하려고 애를 쓰는 걸까요? 

🎬Scene #1. 
올림픽의
진짜 목적

옛날 사람: 사람이 경제적으로 잘살게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자랑이고, 그다음이 노는 거 아니겠어? 고대 그리스에서는 함께 모여 놀던 문화 중에 제일 좋은 게 . 뭔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니까 전통적이고, 문화적이고,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명분도 되고, 모여서 노니까 재밌고, 얼마나 좋아?

어피티: 그니까 올림픽은 다 같이 모여서 놀기 위해 개최된 거군요?

옛날 사람: 순진하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자랑이라니까. 올림픽에서 자랑을 빼먹으면 어떡해.

‘올림픽 개최’는 국가를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올림픽 경기별 순위도 순위지만, 올림픽 현장에는 서로 자랑할 거리가 참 많거든요. 대표단의 의상부터 팀을 구성하는 스텝, 대표단과 대표단의 출신 국가를 소개할 때 보여줄 수 있는 자료까지. 눈에 보이는 자랑거리들이 수두룩해요.

특히 개최국에 이목이 쏠립니다. 도로와 경기장, 사람들의 복장, 길거리 먹거리 등 거의 모든 것이 전 세계에 TV로 중계되니까요. 올림픽을 단순히 세계인의 문화축제만으로 보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각자 잘 살고 못 살고는 경제적 문제지만, 누가누가 더 잘 사나 비교하는 건 의 영역이거든요. 

전 세계에
한국을 광고하다 

1980년대는 우리나라 경제가 쭉쭉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고 싶어 하던 때였죠.  한국전쟁 시기  속 모습을 떠올리게 했던 나라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잘 정돈되고 발전한 도시를 자랑한다? 한 번에 남한의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였습니다. 북한과의 평화무드가 잘 자리 잡았다는 것도 어필할 수 있었어요.

타이밍도 좋았습니다. 미국이랑 소련이 갈등을 겪으면서 1980년 이후로는 한쪽이 올림픽에 불참하곤 했거든요. 미국에서 열면 소련 쪽 국가들이 안 나오고, 소련에서 열면 미국 쪽 국가들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1984년 LA 올림픽 때 미국과 소련이 하면서 반쪽짜리 올림픽이 열렸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는 미국 편에 있으면서, 북한과의 분단 문제가 엮인 특수한 상황이었죠. 미국 쪽 국가와 소련 쪽 국가가 다 참석할 만한 명분이 있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는 모두가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전 세계에 한국이라는 신흥국이 확 떠오르게 돼요. 그럼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좋은 게 뭐냐고요? 광고를 하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광고에서 한 번이라도 봤던 물건에 눈길이 더 가잖아요. 광고에서 강조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기도 하고요. 브라운관을 통해 빠르게 발전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고 난 뒤, 한국의 이미지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좋은 쪽으로요.

국제행사는
돈이 된다

국제행사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 경기장을 짓고 도로를 닦고 숙소를 짓기 위해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면서 나타나는 생산유발 효과

② 한 국가가 국제적으로 방송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홍보 효과와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국민들끼리 연대감이 생기는 등의 부가가치 효과

③ 행사 중에 필요한 통역요원, 보안요원, 행사진행요원, 하다못해 경기장 근처 호텔이 채용하는 인력까지 포함하는 고용유발 효과

국제행사를 계기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경제적 효과죠. 그 효과는 개발도상국에 가까울수록 크기 마련입니다. 이미 잘 갖춰져 있는 도로를 고쳐 쓰면 되는 나라와 이 기회에 도로를 싹 다 닦아야 하는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나라와 일용직 일자리도 부족한 나라는 완전히 다르니까요. 

행사를 계기로
국가 리모델링 

국제사회에서 장사할 때 국가의 이미지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을 때, 이미지 개선을 위해 온 나라를 뒤집어엎고는 하죠. 2002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는 ‘현관’인 을 새로 짓고, 전국의 휴게소 화장실을 뜯어고쳤어요.

🎬Scene #2.
믿고 가는 
휴게소 화장실

어피티: 왜 그렇게 화장실을 크게 지었대요?

도로공사: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 걸 대비했죠.

어피티: 하루에 고속버스 네댓 대밖에 안 지나가는 것 같은 데도요…?

도로공사: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구석구석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찾아왔거든요!  정도? 그 사람들한테 더러운 화장실을 사용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어피티: 그래서 그때 화장실을 싹 다…

도로공사: 🤗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가 아니라 심각한 상황도 종종 벌어집니다. 2008년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열었을 때 국제적인 인권 이슈가 됐던 사건이 발생했죠. 베이징에 있는 해 버린 거예요. 당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됐던 일이었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88년엔 올림픽 준비를 위해 도, 도 밀었어요. 평소라면 훨씬 반발이 심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을 각종 개발사업이 강력하게 추진됐습니다. 

명암이 있지만, 어쨌든 큰 규모의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건 도시와 교통 인프라에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1988년의 한국과 2008년의 중국처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경계에 있는 나라에는 엄청나게 중요한 일입니다. 나라의 자원을 낭비 없이 집중 시켜 정책 추진을 할 수 있거든요.

잘 사는 국가도
근황 공유는 필수

그러면 상위권 개발도상국이 각종 국제 행사를 유치하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왜 한국이나 일본처럼 살 만큼 사는 나라들이 자꾸만 개최국 경쟁에 뛰어들까요? 크게 세 가지로 이유를 나누어보면 이렇습니다. 

① 우리 아직 죽지 않았어! → 요새 하도 한물갔다는 이미지가 생겨서, 최신 근황으로 자랑할 때가 됨 ② 우리 괜찮아. 우리 평화롭다니까? → 주변 국가 또는 한 국가 안에서 하도 갈등이 잦아서, 안심시켜줘야 함 ③ 우리 잘 될 거야! 신나게 놀고 스트레스 풀자 → 내부 국민들의 화합이 필요함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이던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2011년 대지진을 겪은 후, 큰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이젠 잘 회복한 상태라는 걸 알리고 싶었을 거예요. 일본이라는 브랜드가 얼마나 멋진지 알리는 건 덤이고요.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로 입후보한 서울은 서울-평양 공동개최를 내세웠죠. 아직도 국제사회에 남북한의 냉전 상황은 큰 불안거리로 남아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평화무드를 확인시켜줘야만 한답니다.  물론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불안은 을 미칠 만큼 경제를 안 좋게 만들거든요.

적자가 심해도
너무 심해 

그렇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엑스포 같은 커다란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1990년대 이후로는 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포털에 ‘올림픽 적자’라고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각종 올림픽이 몇억 달러, 몇조 원 등의 적자를 냈다는 기사가 쏟아지거든요. 간접적으로 경제적인 효과를 보긴 하지만, 큰 적자가 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코로나19 때문에 2021년 7월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은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됐습니다. 목돈을 들여 경기장이며 다른 인프라며 고쳐 놨더니 사용할 수가 없게 된 거잖아요? 돈만 쓰고, 부가가치 효과는 전혀 누릴 수 없게 된 거예요.

이미 쓴 목돈을 제외하고서도 일본이 추가로 입게 될 에 달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당연히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가 너무나도 강력하게 오래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장기적인 경제적 효과가 지금 당장 들이는 돈보다 유용할 것 같으니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나라들이 자꾸만 커다란 국제 행사를 유치하려고 하는 거겠죠? 

다음 축제를
기다리며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여기저기서 국제행사가 많이 열릴 거예요. 전 지구적으로 우울함을 겪고 났으니 다들 모여서 놀고 싶어 할 거거든요. 우리 이렇게 잘 극복했다고 자랑하고 싶기도 할 거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소비를 일으키려는 목적도 있을 거고요. 이렇게 돈 많이 드는 국제 행사의 경제적 효과를 최대로 뽑아내는 방법은 역시 최고로 신나게 즐기는 걸 거예요. 그때를 생각하며 모두 좀 더 힘을 내보자고요!

📚정희준 (2008). 스포츠메가이벤트와 경제효과: 그 진실과 허구의 재구성.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21(1), 229-251
📚박보현 (2008). 스포츠 메가 이벤트의 경제발전 담론.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21(4), 78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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