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사세요? Where do you live? Où habites-tu?

글, 어예진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TV에서 기자와 앵커로 일했고요. 지금은 국내 경제,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뉴스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사가 우리보다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뉴스는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일 텐데요. 특히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우리보다 먼저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일들을 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가올 문제를 보다 현명하게 해결할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제가 이번 연재를 통해 전해드릴 이야기는 ‘외신으로 보는 전 세계 청년 주거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해외 사례들을 전해드리면서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요.

 

청년 주거를 위한 나라는 없는 걸까요?

 

프랑스 파리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청년 주거비 보조 정책이 있습니다. 국가가 월세의 대부분을 내주는데, 그런 집들이 변두리도 아닌 파리 중심부에 있다는 게 놀랍고 부럽죠.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노인과 함께 거주’해야 한다는 거예요. 

 

청년들이 혼자 사는 노인들과 함께 거주하며 그들이 필요한 심부름을 하거나 돌보게 하고, 대신 저렴한 월세나 무료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에요.

프랑스 정부는 이런 형태의 임대에 동참하는 임대인에게는 월세 수입에 세금을 물리지도 않고, 임차인에게도 월세 보조를 해주면서 권장하고 있습니다. 잘만 하면 청년 주거도 해결되고 노인 지원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프랑스의 주거 현황에 대해 사전 정보가 있는 분이라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드실 수도 있어요. 

프랑스는 공공임대주택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저렴한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인데, 프랑스 청년들은 왜 굳이 노인들과 같이 거주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걸까요?

 

실제로 프랑스는 전체 주택의 15%가 공공임대주택이고,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한 약 20% 정도의 주택이 비교적 월세가 저렴한 사회주택입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10%가 채 안되는 것을 생각하면 프랑스는 주거 고민이 꽤 해결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죠.

 

우리나라도 사람들이 살기 원하는 지역의 집은 비싸지만 더 외곽으로 나가면 얼마든지 저렴한 집이 많잖아요. 다만 사람들은 그런 외곽에서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비싼 월세를 감당하면서 도심과 역세권으로 몰려드는 것이죠. 

 

그건 프랑스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파리의 교통 편한 지역의 월세는 청년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그 어디에도 대도시에 관한 한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충분하고 원활하게 공급하고 있는 나라는 없어요. 일부 국가에는 대도시 한복판에서 낮은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청년 주거 공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몇 년씩 기다려야 하고, 들어오고 싶어 하는 대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수리나 관리가 잘 되는 경우도 드뭅니다. 

 

청년의 주거 문제에서 일부가 잠시 행복할 수는 있지만, 모두가 장기적으로 행복한 나라는 아직 없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전 세계 모든 대도시의 월세가 청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예외 없이 치솟는 근본적인 이유는 청년들이 기성세대, 고소득층, 2인 이상 가구 등 체급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링에서 경쟁하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수억 원인 변호사들이 일하는 건물에는 편의점도 필요하고, 식당도 필요하고, 인쇄소도 필요합니다. 그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그 건물에서 가까운 집에 살기를 원하지만 그건 고소득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죠. 

 

결국 그 건물에서 가까운 월셋집은 공실이 생길 때마다 비싼 가격에 변호사들이 가져가게 됩니다. 앞으로는 점점 더 모든 경제활동이 복잡한 도심에서 이뤄질 거라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거예요.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 같지만, 그럴수록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들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도 있고, 적어도 다른 나라들이 먼저 경험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보람과 의미가 있을 만한 일은, 다른 나라의 주택 환경을 살피다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생활하는 모습까지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언론과 자료를 통해 한 나라의 특정 분야를 깊이 살피는 일은 그 나라를 직접 여행하는 것만큼, 때론 오히려 더 그 나라를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거든요. 

 

앞으로 저는 여러분과 함께 다른 나라 청년들이 어떤 조건으로, 어떤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한 덕분에 세계 곳곳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이 많은데요. 어피티 독자분들에게 좀 더 생생한 정보를 전해드리기 위해 오랜만에 그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려고 합니다. (얘들아 보고 있니?) 다른 나라 친구들 집 구경, 저와 함께 다녀보시죠.

 

💌 <청년 주거 세계여행>은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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