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20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을 했어요. 그리고 그해, 첫눈에 홀딱 빠진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느껴버렸답니다. 처음 만난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려서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죠. 결국 저는 제 마음 가는 대로 저질러버렸고, 지금까지도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고영PD: 잠깐만요, 쇼핑 얘기를 해주셔야지 갑자기 사랑 고백하시면 조금 곤란한데요…
미대남: 네? 사랑 고백이 아니라 책장 구매한 이야기를 말씀드린건데요?
때는 2020년 6월, 배우자와 결혼 준비를 하며 가구를 고르던 시기였죠. 을 구경하던 저는 운명처럼 한 책장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모듈 가구 브랜드 몬스트럭쳐(Monstructure)의 메탈 재질에 시크한 은빛 색상과 디자인이 마치 차가운 도시를 연상케 한달까요? 저도 모르게 홀린듯 쳐다보고 있자니 아내가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그게 그렇게 사고싶어?”
마음속으로 ‘이것만큼은 꼭 사야돼’라고 읊조렸었는데, 제가 생각만 한게 아니라 실제 입 밖으로 말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정말 이 가구만큼은 무조건 우리의 신혼집에 들여놓고 싶었어요. 문제는 가격이었죠. 무려 370만 원이 넘었거든요.
👰🏻♀️ 저희, 평생 백년해로 하겠습니다 🤵🏻♂️
서기 2124년,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
미대남의 3대손과 그의 자녀가 책장 앞에서 대화 중이다.
자녀: 아빠! 이 책장은 어디에서 났어요?
아빠: 이건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보란다. 벌써 100년도 더 된 물건이지.
자녀: 정말요? 그런 것 치고 아직 너무 튼튼한데요? 디자인도 딱 요즘 스타일이고요.
아빠: 당연하지, 아빠의 증조할아버지가 미대 나오셨잖아. 그분이 직접 고르신 책장이거든.
…심지어는 책장을 바라보며 이런 상상까지 해봤답니다.
100년 뒤에 봐도 세련되어 보일 디자인, 아노다이징(표면 처리)을 한 알루미늄 소재로 후손에게 물려줘도 끄떡없을 내구성. 370만 원이라는 금액이 크기는 하지만, 평생 쓴다면 괜찮지 않을까? 앞으로 100년 더 쓴다고 생각하면 1년에 3만 7천 원 꼴, 한 달에 사용료가 3천 원이잖아? 하고 자기 합리화하며 계산기도 두들겨봤죠.
저는 옷을 한번 사면 10년이 넘도록 구멍이 날 때까지 입고, 평소에 저를 위해 돈을 거의 쓰지 않아요. 신중하게 소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 눈에 ‘아름답지 않은 것’에 돈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동안은 격하게 사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주변에서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제 취향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