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돈 주고 사 먹게 된 이유 – 2탄

water ripple effect

글, 

지난 물을 돈 주고 사먹게 된 이유(1)에서는 대한민국에 수돗물 불신을 불러일으킨 ‘페놀 사건’에 대해 알아보았죠. 오늘은 페놀 사건 그 이후, ‘합법화된 생수 시장은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볼까요?

들어보셨나요?
‘공유지의 비극’

이처럼 어떤 재화와 관련된 시장이 생기게 되면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① 시장경쟁이 일어나기 때문에 재화의 품질이 올라갑니다

② 품질은 올라가지만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면) 가격은 내려가죠

③ 수요가 아주 많다면 물건이 흔해져서, 접근성이 좋아집니다

④ 시장이 커질수록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 규모도 성장하겠죠

그런데 생수 시장 같은 경우 생각해볼 거리가 있습니다. 마시는 물의 품질이 더 어떻게,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수돗물과 편의점에서 파는 생수들의 품질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수돗물과 편의점 생수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수돗물이 훨씬 저렴합니다. 수돗물은 접근성도 좋은 편이죠.

더구나 생수 시장에는 예전에 예측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있습니다.

①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가 생깁니다

② 지하수 추출을 남발해 ,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실제로 제주도는 요즘 지하수 고갈로 인한 지반 침하로 몸살을 겪고 있어요. 지하수는 주인이 없기 때문에 많이 뽑아 쓰면 쓸수록 이익이라, 기업이 굳이 아껴가면서 뽑아낼 이유가 없거든요. 

누가 주인인지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은 공공재의 ‘과다이용’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과다이용된 공공재는 품질이 크게 떨어지거나 물량이 줄어들어 고갈되고요. 이런 걸 ‘’이라고 한답니다. 

먹는 물이 상품화되면서 ‘공유지의 비극’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새로 생겨난 시장의 장점들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장단점을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큰지 따져보는 경제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합니다.

생수 시장이 만들어져서 생긴 이득
vs
환경오염에 일정 정도 기여해서 생긴 손실

지금은 기후 위기 때문에 전 지구가 난리라서, 이렇게 한번 말해보기로 합니다.

“수돗물 품질도 괜찮다는데, 정수기 시장이 세계 4위 규모일 것까지는 없지 않나? 
좀, 적당히 하면 안 되는 걸까? 
수돗물을 식수로 쓰면 줄인다는데.”

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나에게 수돗물을 정수기 없이, 끓이지 않고 그냥 마시라고 하면 왠지 마음이 영 불안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죠. 물론 각 지역의 물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꼼꼼하게 잘 관리하고 있겠지만, 내가 마시는 수돗물이 안전한지 확실하게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 마시는 생수는 비교적 책임소재가 명확합니다. 품질관리를 잘 못하면 소비자가 돈을 주고 사 먹지 않을 테니, 수돗물보다는 더 꼼꼼하게 관리할 거라는 믿음이 생기죠. 공장이 아무리 커도 전국의 수돗물을 다 관리하는 것보다는 규모도 작아서 힘도 덜 들 것 같고요. 힘이 많이 들수록 품질 관리의 어려움도 커지니까요. 어떻게 보면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사 마시는 물의 값은 이런 책임과 신뢰에 지불하는 비용이랍니다.

저신뢰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저신뢰는 문화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이슈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시장거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므로 이렇게 사고가 잦거나 문화적으로 충돌하는 문제가 생기면 비어 있는 신뢰를 채우기 위해 그만큼의 비용이 더 듭니다. 이렇게 문화와 경제는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저신뢰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도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죠. ‘유능하면 조금의 부정부패와 비리는 괜찮아!’라는 사고방식이 위험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으로 엄청난 비용으로 돌아오거든요.

‘믿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많은 장치와 그것을 수행하는 인력 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시장에는 이유와 작동 방식이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고 그 규제를 어길 땐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답니다.

생수 시장이 만들어진 배경부터 공유지의 비극, 부정부패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늘 라떼극장에서는 ‘신뢰’라는 프레임을 통해 생수산업의 역사와 경제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사회의 안정과 안전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서로 믿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었을까요? 

사회의 불안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최근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럴수록 서로를 믿을 수 있어야 이 상황을 좀 더 효과적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가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신뢰가 축적된 사회가 건강한 방식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점,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 1994년까지 정부가 생수 판매를 금지한 이유는 아래 두 가지였습니다. 

① 수돗물 이용률이 떨어질까봐

② 빈부 계층 간 위화감 조성 우려

정서적인 이유도 컸다니, 조금은 의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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