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이 목표입니다

글, 정은길

저는 20대에 1억 원을 모았습니다. 목표는 오로지 ‘내 집 마련’이었죠. 7년 동안 악착같이 저축해 1억 원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제 성향은 ‘플렉스’하기보다는 돈을 아껴쓰는 편에 가깝지만, 그때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돈을 모았습니다.

케이블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할 때는 매주 새 옷을 입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옷값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서 다른 아나운서와 옷을 교환하거나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어요. 쇼핑백값 100원을 돌려받으려고, 모았다가 돌려준 적도 있고요. 치킨이 먹고 싶어도 참았던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돈을 아끼려고 식비를 줄였거든요.

모두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했기에 참고해낼 수 있었죠. 감사하게도 7년의 절약, 저축 경험은 저만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돈 관리 관련 책을 여러 권 출판하고, 재테크 강의도 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머니레터 독자분들에게 저의 경험담을 나눌 수도 있게 됐고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강의를 하다가 한 가지 깨닫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강의를 할 때마다 항상 수강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어요.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당장 결혼을 할지 안 할지, 누구랑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 하게 될 수도 있는 결혼자금을 위해’, ‘(막연한) 나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를 그만둘 때를 대비하기 위해’ 등 다들 비슷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여러분, 명확하고 확실한 목표가 있어도 돈 모으는 건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희미한 목표로 어떻게 돈을 아끼고 저금하나요? 막연한 목표를 가진 분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삼아보세요!”

체크 포인트 1.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라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삼고 돈을 모아보라는 제 조언에 수강생들은 “집이요? 제가요?” 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론, 월급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회초년생분들에게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게다가 집값이 좀 비싼가요? 감히 ‘귀여운 월급’을 받는 내가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분들의 답변을 듣고 진심으로 속상했습니다. 충분히 감당 가능한, 저렴하고 만만한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고 무작정 겁부터 내고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매달 안정적으로 나오는 월급으로 대출도 잘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수강생들에게 1억 원으로 살 수 있는 집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제 말을 듣고 용기를 내서 집을 산 수강생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성공사례는 나오지 않았어요. 모두 집을 사는 일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았거든요.

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능하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있지만, 20대에 제 이름으로 된 반지하 빌라를 살 수 있었던 건 스스로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케이블 방송국에 다니던 때, 제 월급은 100만 원대였습니다. 더 큰 방송국으로 이직하고도 100만 원대의 월급을 받았어요. 시간이 흐르며 앞자리가 바뀌긴 했지만 그 속도는 한없이 더뎠고, 제 월급은 상당히 오랫동안 작고 소중하고 귀엽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내 집을 마련했습니다. 제가 대단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저는 ‘집은 생활필수품’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 집 마련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이 생각 덕분에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어요.

체크 포인트 2. 
아직 늦지 않았다

내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도, 현실의 벽이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잖아요. 부동산 뉴스를 보면서 ‘내가 과연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님, 집을 사기 위해 직접 부동산을 찾아가고, 아직 집을 살 시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게 맞나요? 혹시 부동산 관련 뉴스 기사만 보고 내가 집을 살 수 없다고 미리 판단해버린 건 아닌가요? 

제가 최근에 읽은 『오늘부터 돈독하게』의 저자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김얀 작가는 작년 여름에 1억 2,500만 원으로 부천역 인근에 방 3개짜리 빌라를 샀습니다. 물론 대출금을 포함해서요. 

작가 본인은 거실에서 지내면서 큰방은 35만 원, 작은방 2개는 각각 30만 원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돈으로 대출금을 성실히 갚아 나가는 중이라고 해요. 꽤 현실적인 이야기죠?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들이 자신만의 때를 준비하는 동안 혼자 포기하고 맙니다. 내가 부정적인 뉴스 기사에 빠져 있을 때, 어떤 사람은 실천하고 움직이는 데 에너지를 쓰고 있어요. 

님, 집을 살 때는 냉정해져야 한다고 이야기 드렸죠. ‘카더라’ 소문이나 일시적인 뉴스에 흔들리지 말고, 나를 위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봅시다. 

체크 포인트 3. 
집은 필수품이다

한때 ‘정말 돈이 많은데 집을 사야 할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전·월세로 살면, 세금도 줄일 수 있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살고 이동도 가능하니까 더 낫지 않을까 싶었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평생 다 쓰지 못할 정도로 돈이 많아도 내 집 한 채는 살 것 같아요. 내 집이 없다는 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의 계획이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거든요.

전세로 살았던 2019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가 저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당시 집주인이 ‘이 집은 아들이 결혼하면 주려고 마련한 집’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수시로 떠올랐어요. 

물론 계약 기간에는 거주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약 기간이 남았어도 이사비를 줄 테니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도 종종 있다고 하죠. 저는 ‘언젠가 집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에 놓을 물건도 마음껏 사지 못했습니다. 짐을 늘리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우울해지곤 했어요.

저는 그 불안감이 싫었습니다. 이사를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자유, 걱정하지 않고 내 공간에 내 물건을 놓을 수 있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인생의 필수품인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다시 전세를 떠나 유주택자가 되었어요. 

님, 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이 되셨나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제는 집이라는 필수품 장만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세요.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에만 집중해주세요.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결코 늦은 것도 아니에요. 혼란스러운 뉴스와 소문을 내 마음속에서 몰아내고, 그 자리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단단히 채워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형태든, 모든 사람에게는 집이라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말고, 오로지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에만 집중해주세요!

희망찬 얼굴로 
다시 만나요

<집블레스유> 연재를 시작하고 매주 질문 리스트를 보내드렸죠. 매주 여러분의 답변을 받아 보면서, 모두 자신만의 집을 마련하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모두들 계획이 있었고, 꿈꾸는 공간을 그릴 수 있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어요. 

그 덕에 저도 ‘현실적인 내 집’ 이야기를 자신있게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거든요.

<집블레스유>의 연재는 오늘 전해드리는 10회가 마지막입니다. 다음 주부터 3주간 <집블레스유, 그 후의 이야기>를 보내드리고,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새로운 코너로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내 집 마련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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