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래프를 ‘생애주기에 따른 수입지출 곡선’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평생 살아가면서 재무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이슈, 그리고 연령별 소득과 지출의 규모를 그래프로 나타낸 거예요.
구간별로 보면 결혼준비기, 신혼기, 자녀양육기, 자녀성장기, 은퇴준비기, 은퇴생활기로 나뉩니다. 평균적인 ‘기혼 유자녀 직장인’의 생애주기를 나타낸 그래프이기 때문에
이 모델과 다른 형태의 삶을 꿈꾸시는 분들에게는 일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모두가 주목할 만한 중요한 구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제적 정년’ 구간이에요.
경제적 정년은 ‘소득이 지출보다 컸던’ 과거와 다르게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시점을 뜻합니다. 직장에서는 정년 퇴직이 이루어지는 시기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해서 전만큼 돈을 벌기 어려워지는 시기예요.
이때부터는 지금껏 우리가 당연하게 해왔던 ‘소득에서 지출을 빼고 남은 돈을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활동’이 원활하게 굴러가지 않기 시작합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가 중요해지죠. 노후 대비가 필요한 게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우리는 노후대비가 필요해요
일을 통해 돈을 번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이시거나 당장 돈과 관련된 고민이 없는 분들에게는 이 얘기가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노후에도 정년과 상관 없이 내 일을 통해 돈을 벌 거야’, ‘노후를 맞이하기 전에 부동산 마련해서 임대 수익으로 먹고살 거야’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러분, 꿈은 크게 꾸더라도 돈에 대한 계획 만큼은 현실적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은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도록 만들어주는 수단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것을 선택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안전망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거든요.
더 이상 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없게 된 노후에 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노후 자금을 만들어가기 시작해야, 나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여유로운 노후를 살아갈 수 있어요.
미리 겁 먹거나 좌절할 필요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도 다시 힘이 쫙 빠지게 하는 뉴스들이 눈에 띄죠?
“노후 자금 최소 7억 필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값… 10억”
“3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해야 ‘내 집’ 마련”
노후대비에 가장 필수적일 것 같은 집.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 집값은 평범한 직장인 입장에서는 비현실적인 금액입니다. 이런 유형의 기사들을 대할 땐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그 안에 분명한 사실 정보도 담겨 있지만, 자극적인 제목으로 돈을 모으는 데 정말 중요한 ‘동기’를 꺾고,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는 면도 있거든요.
우리는 전세 가격이 투룸에 2, 3억이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전세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고, 아파트 매매가가 10억 원이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고, 노후 자금이 7억 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연금이라는 제도와 상품을 활용해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전세와 매매를 위해 대출을 받더라도 내 돈이 적지 않게 필요하고, 노후 자금 7억을 모으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지만, 뉴스에 나온 금액을 보고 지레 포기할 수준은 아니라는 거예요.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을 모아가며,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을 매달 조금씩 적립하다 보면 우리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절대 내가 달성할 수 없는 엄청나게 큰 돈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언젠가 내가 달성하게 될 목표라고 생각을 바꿔주세요.
연금은 좋은 노후대비 도구예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노후 대비를 위한 수단, 연금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앞서 재테크의 의미를 살펴본 것처럼 오늘의 주인공 연금도 한번 그 뜻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금융 공부를 할 때는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의미를 알면 절반은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연금(年金, annuity)
연금은 일정 연수, 수명 또는 영구적인 기간에 걸쳐서 규칙적인 간격으로 돈이 지급되는 것을 뜻합니다. 반대되는 말로는 ‘일시금 지급’이 있어요. 돈이 한꺼번에 지급되는 일시금 지급과 다르게 연금은 일정 기간 동안 일정액으로 나누어 지급받게 됩니다. 카드 결제에서 일시불이 한 번에 모든 대금을 결제하는 것을, 할부가 대금을 여러 번에 나누어 결제하는 것을 뜻하는 것과 비슷하죠.
연금은 할부와 방식은 비슷하지만 목적은 전혀 다릅니다. 연금의 목적은 미래의 나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는 거예요. 다달이 나누어 받는다면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다달이 지급 받아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쯤에서 초반의 내용을 떠올려 볼까요? 그래프에서 소득이 줄어드는 구간, 즉 은퇴 이후의 생활에서 연금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요. 우리가 일을 하는 동안 열심히 축적해놓은 노후 자산을 이 시기부터 다달이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노후 자산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지?’ 하는 생각이 드셨다면 잘 따라오신 겁니다! 여기부터가 정말 중요해요. 다음 연재에서는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우리나라의 3중 연금 제도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
💌 <연금술사>는 매주 목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머니로그>는 개편을 위해 잠시 쉬어가고 있어요. <연금술사> 연재를 마치는 대로 돌아올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