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이
요즘 갓생러들의 목표 중 하나가 ‘퇴사 후 창업’이라고 합니다. 월급의 상한선을 뚫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슴 뛰는 일을 오래오래 하며 살고 싶은 마음에서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회사에서 잘려도 나를 책임질 수 있는 ‘플랜 B’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늘 홀로서기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언젠가는 내 거 하고 싶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분들에게, 오늘의 인터뷰는 조금 다른 2024년을 준비하는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스러운 콘텐츠 기획사 의 대표이자, 시인 김성재 님의 커리어는 직장인에서 홀로서기까지의 여정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거든요.
“시인, 그리고 브랜드와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해요”
조이: 어떤 일 하세요?
성재: 글을 써서 책으로 엮고, 브랜드와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해요.
① 글을 쓰고 책으로 엮어요
글은 따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하게 되는 일이에요. 기록을 모으다 때가 되면 책으로 엮어 세상과 소통하고 있어요.
제가 쓰는 글은 ‘시’예요. 한국에서 시집을 발간하려면 등단 제도를 거쳐야 해요. 누군가의 심사를 받고 그 자격을 부여받아야 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비극이 발생하기도 해요.
저는 시만큼은 오롯이 자유로운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에 등단 제도를 거부하고, 직접 시집을 엮어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선택했어요.
② 브랜드와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해요
시를 꾸준히, 그리고 좀 더 마음 편히 쓰기 위해 브랜드와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결정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는 공간을 꾸미는 식이죠.
좀 더 세부적으로는 브랜드와 공간에 필요한 디자인 작업부터 공간 보수,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기획전 진행, 제품 생산, 인력 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어요.
NGO 기획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NGO 기획팀에서 시작한 제 커리어는 프레젠트모먼트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요. 일의 경험만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각각의 여정을 만족도와 함께 설명해 볼게요.
✔️ NGO ‘옮김’ 기획팀
만족도 5점 만점에 3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어 선택한 일이었어요. 배운 것도 많고 나름의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었죠. 하지만 조직 안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 도서출판 ‘밥’ 운영
만족도 5점 만점에 3점
어릴 적부터 꾸준히 써온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직접 출판사를 차려 책을 냈어요. 이 경험으로 저는 조직에 속해 일하는 것보다, 직접 일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 시적 인간들의 모임 ‘커피하우스’ 운영
만족도 5점 만점에 4점
시집을 매개로 한 이야기 모임 ‘커피하우스’를 운영했어요. 1년간 주 2회, 다양한 지역에 거점을 정해두고 게릴라성으로 진행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 복합문화공간 ‘PHC’ 운영
만족도 5점 만점에 2점
지역에 거점을 둔 커피하우스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임이나 전시, 공연 등을 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어요.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본 목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종료하게 되었지만, 공간 운영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 ‘프레젠트모먼트’ 운영
만족도 5점 만점에 4점
그동안의 경험들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공간으로 기획했어요. ‘산타의 비밀창고’라는 컨셉의 프레젠트모먼트는 소중한 사람과 기억, 잊고 있던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적 경험과 스스로 또는 소중한 이에게 줄 선물을 제공하고 있어요.
내 깜냥을 알아야 번아웃을 피할 수 있어요
오전 5시: 기상 후 하루 할 일 정리
오전 6시: 집 혹은 사무실에서 업무 시작
오전 9시: 운동
오전 11시 30분: 사무실로 복귀해서 업무 처리
오후 1시: 직원들과 함께 매장 오픈
오후 1시~6시: 업무 진행
오후 9시: 매장 마감(일이 많을 때는 잔무를 하고, 여유가 있는 날은 영화를 보거나 산책)
오후 12시: 취침(일이 많은 날은 3시 이후 취침, 오전 8시~9시경 기상)
루틴하게 돌아가는 제 일상이에요. 빡빡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매너리즘과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해요. 일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운영자의 입장이다 보니, 번아웃은 가장 가깝기도, 경계하는 존재이기도 해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몫을 해낼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계획을 짜다 보면, 결국 무리하게 되고, 기대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해 스스로를 책망하며 번아웃을 겪곤 하죠.
번아웃을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상은 유지하되, 지금의 한계를 인정하며 나아가는 게 중요하니까요.
사업이 확장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함도 많아요
내가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순간과 행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커요. 함께하는 직원들이 늘어가고, 사업이 점차 확장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요즘에는 확장을 위해 매장 운영부터 재고 관리, 업무 분배나 프로젝트 진행에 체계를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될 것 같고, 새로운 공간도 기획하고 있어요.
발표했던 시집의 문장으로 꾸민 전시장. 전시장 입구에 적어둔 문장은 현재 제 삶을 관통하는 문장이자, 두 번째 시집을 통해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프로 성장러 성재 님의 한 끗 차이
✔️ 세상에 보탬이 되고 싶은 바람
역대급 불황이 들이닥칠 거라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어요. 온통 부정적인 말만 들리다 보니 모두들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까칠해지는 느낌이에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성재 님은 스스로가 일을 해가는 중심에 ‘인류애’가 있음을 강조해요. ‘세상에 보탬이 되고,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 나 이상의 크기로 살아보기
촘촘히 짜여진 성재 님의 루틴을 살펴보다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해?’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요. 이런 질문에 성재 님은 ‘넓은 우주에서 보잘것없이 작은 존재인 내가 나 이상의 크기로 살아보고 싶다’라고 답해요.
음악과 시를 좋아하던 낭만 청춘이었던 그가 뚜벅뚜벅 내 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은 ‘나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의 꾸준함이 빚어낸 결과물이 조만간 활짝 피어날 것 같은 느낌, 느껴지시나요?
✔️ 주저 없이 해보고, 배우고
성재 님은 ‘일단 실행하면 어떻게든 흘러가게 되어 있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벌이는 편이라고 해요. 물론, 항상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시도했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면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하죠.
첫 커리어부터 프레젠트모먼트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가 이어져 온 과정을 살펴보면, 시도와 배움이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돼요.
2023년 한 해,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 드려요
지난 주 커리어레터에 대한 ‘숲’ 님의 후기를 보고 오열할 정도로 기뻤답니다. 제가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었던 딱 그 마음을 짚어주셨거든요. 2024년에도 더 멋진 모습으로 함께 할게요.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에 진로에 관한 조언이 차고 넘치잖아요. 때로는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은 마음을 더 심란하게 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극과 극의 조언들 속에 있다보면 제 선택이 어딘가 잘못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갑갑해요. 하지만 어피티를 읽고 있자니 어떤 선택도 틀린 것이 없다, 의미를 부여하고 해나가기 나름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피티와 함께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커리어레터 독자 숲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