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은 국가들의 이어달리기와 같아요

글, 어피티


the 독자:
직장인 평균 점심값 오른 거 봤어요? 🤬

어피티: 농축산물 수입 물가가 엄청나게 뛰어서 그렇답니다.  

the 독자: 아니, 그러면 그냥 수입하지 말고 우리나라에서 딱 우리나라 사람들 먹을 만큼만 농사짓죠? 

어피티: 그건 어려워요.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주로 만들기로 글로벌 공급망이 짜여 있거든요. 농사나 축사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분야가 아녜요. 😞 

the 독자: 그럼 이제부터라도 농사에 집중하면 되겠네요! 🥗

어피티: 그게 글로벌 공급망이…

the 독자: 글로벌 공급망이 도대체 뭔데요! 😠


글로벌 공급망은 이어달리기와 같아요

현대 경제 체제에서 제품을 만들 때, 단일 지역에서 원료를 생산하고 가공과 조립을 거쳐 완성까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자원도 공장도 기술도 전 세계 여기저기 흩어져 있죠.

출처: 현대자동차 캡처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어볼게요. 자동차의 골격과 차체는 강철과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요. 강철을 만드는 철광석은 브라질과 호주에서,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주로 수입합니다. 포스코 같은 우리나라의 철강기업은 수입한 철광석으로 철강을 만들죠. 이 철강은 우리나라의 현대차뿐만 아니라 전 세계 완성차 기업에 판매되고요. 엔진이나 기타 정밀 부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지만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서 들여오기도 한답니다. 


이 모든 요소는 주로 동유럽과 동남아시아,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조립되고, 미국에서 대부분 판매됩니다.


‘글로벌 공급망’은 이렇듯 한 제품의 생산 및 판매와 관련된 모든 단계를 말해요. 각 국가 및 지역이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어느 한 곳이라도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최종 제품 생산(공급)이 멈추어 버립니다. 마치 여러 명의 주자가 바통을 넘겨받으며 결승선까지 질주하는 이어달리기 같아요.


글로벌 공급망은 불평등한 편이에요

스타트가 빠르다든가, 직선 코스에 강하다든가 하는 주자 각각의 특기를 살려서 순서를 배정받는 것도 이어달리기와 글로벌 공급망이 비슷한 점입니다. 반면, 결과에 대한 보상(메달 및 순위)을 모든 주자가 똑같이 받는 이어달리기와 달리 글로벌 공급망의 세계에서는 역할에 따라 다른 보상을 받습니다. 어떤 단계를 맡은 국가는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어떤 국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에 머무르며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을 얻기도 해요.


예를 들어, 반도체 같은 첨단 제품의 설계와 생산에는 높은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해요. 그래서 반도체 설계와 모듈 생산은 주로 미국, 대만, 우리나라와 같은 기술 선진국이 맡아요. 이 과정에는 기술력과 자본이 집약되어 있어 부가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는 국가가 자연스럽게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런 고부가가치 단계는 특정 몇 개 국가가 거의 독점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공급이 끊기면 전 세계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요. 반면, 조립 단계처럼 상대적으로 부가가치와 기술 난도가 낮은 단계는 다른 국가로 쉽게 대체할 수 있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아프리카나 남미 국가의 경우를 볼까요? 원료 채굴 과정의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고, 자원 고갈이나 환경 문제 등 부정적인 영향도 커요.

자동차 산업도 비슷해요. 자동차의 설계나 엔진 같은 핵심 부품은 주로 기술력이 높은 나라에서 개발하고 생산하지만, 조립이나 기본 부품 생산은 동유럽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글로벌 공급망에는 여러 국가가 참여하지만, 각국이 맡은 역할과 그에 따른 이익은 크게 차이가 나요. 이러한 불평등한 구조가 장기적으로는 각 국가의 경제와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답니다.


* 어피티 전문가 칼럼 <웰컴 투 국제경제>의 ‘국제무역은 선진국에게 유리할까?’와 ‘왜 국제무역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에서 관련 내용을 더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글로벌 공급망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해요

글로벌 공급망은 불공평한 측면도 있지만, 세계 각국을 경제적 이해관계로 긴밀히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해요. 각 나라들이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 대만 TSMC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예요. 중국과 대만은 지정학적 갈등 지역으로, 중국은 대만을 흡수 통일하려고 하고 대만은 독립을 유지하려고 하죠. 중국과 국력 차이가 나는데도 대만이 독립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갈등에 미국을 개입시킨 TSMC의 존재가 커요. TSMC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제조업체 중 하나예요. 반도체는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등 현대 기술의 거의 모든 부분에 필수적인데, TSMC를 중심으로 세 국가 사이 관계를 자세히 풀어보면 아래와 같아요.


  •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설계 시장 중 하나로, 대만의 TSMC에 의존해 설계된 칩을 생산해요. 미국 기업들은 TSMC의 첨단 제조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 반도체는 미국 경제의 핵심 산업에 필수적이에요.
  • 대만은 TSMC와 같은 기업들 덕분에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어요. 대만은 이러한 반도체 제조 능력을 발판으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의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받아요.
  •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자 제품 생산국으로, TSMC에서 제조된 반도체 칩을 대량으로 수입해요. 대만의 반도체 공급이 끊기면 중국의 전자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는 상호 의존적 경제적 관계는 국가 간 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요. 만약 어느 한 국가가 전쟁을 일으킨다면, 자국에 필요한 물자 공급이 중단되거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쉽게 전쟁을 선택하지 못해요.


글로벌 공급망은 각국이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야 하는 구조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거예요. 


전염병과 무역갈등, 전쟁은 공급망을 망가트려요

자동차나 반도체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제품이 전 세계의 분업체제로 공급망 이어달리기를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밀 농사를 거의 짓지 않지만, 밀가루로 만든 빵과 면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도 글로벌 공급망 덕분이에요.


하지만 2018년부터 벌어진 미중 무역갈등, 2020년대를 비극으로 열어젖힌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2022년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심각하게 흔들어 놓았어요. 글로벌 공급망은 물자가 국경과 국경 사이를 일정 수준 이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유지 가능한 네트워크예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은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을 심각하게 위협했어요. 두 나라 모두 글로벌 에너지와 곡물 시장의 주요 공급 국가여서, 관련 글로벌 공급망에 나쁜 영향을 미쳤어요.
    •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와 석유의 주요 공급국 중 하나였어요.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제한하면서 유럽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을 겪고 있어요. 고유가 여파로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각종 물가도 크게 올랐어요.
    •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물 생산국으로, 특히 밀과 옥수수의 주요 수출국이에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과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식량 공급 불안정이 발생했어요.
    • 미국은 국제 외환 결제 글로벌 공급망인 SWIFT에서 러시아를 끊어냈어요. 우리나라 수출 대기업을 포함해 러시아와 거래하던 세계 기업들이 결제 불가능으로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됐어요.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지, 전 세계 국가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어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은 2020년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예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의 경제뉴스 속 글로벌 공급망 관련 뉴스를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미국의 정책 방향은 전 세계 국가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줘요. (중략)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집권 시 (중략) 트럼프처럼 하며 독자적으로 견제하기보다는 국제 규범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되고, 미국의 동맹국 사이에 적용되는 낮은 무역 장벽의 이점도 계속 누릴 수 있어요. (2024.07.26 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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