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구독을 헤지하고 싶어요

 

글, 어피티

the 독자: 저는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요… 또 심란해요. 😔

어피티: 얼마 전에 자격증 따셔서 좋은 조건에 이직하며 즐거워하셨잖아요?

the 독자: 기쁨은 딱 한 달 가더라고요. 이제는 여기서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해요.

어피티: 우리 독자님이신데 어련히 잘하시려고요. 💚

the 독자: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 익숙해져도 또 새로운 어려움이 닥쳐올 것 아니겠어요? 무슨 구독서비스 결제일도 아니고 막막함과 불안함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데 할 수만 있으면 해지라도 하고 싶네요. 🥺 

 

‘앞으로 뭐 하고 살아야 하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대로 괜찮은가… ‘

 

누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지니고 살아갑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에요. 사전에서는 불확실성을 ‘미래에 전개될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거나 어떤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명확히 측정할 수 없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불확실성의 가장 큰 문제는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에요. 문제를 알면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수 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면 답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기 어려우니까요. 아주 먼 옛날에는 ‘대비 불가능’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인간의 뼛속 깊이 원초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남았죠.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확실성은 경제주체가 어느 한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정부도, 기업도, 가계도, 투자자도, 소비자도 무기력한 관망 상태에 빠지게 돼요. 정부는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미룹니다. 가계는 소비를 멈추고, 투자자는 자금을 회수해요. 따라서 실물경제가 바짝 위축되고 금융시장이 출렁출렁 예민해지죠. 불확실성은 해소될 때까지 어떤 유효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혀요.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 사회에는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개발돼 있다는 거예요.

불확실성을 분석해 

‘위험(Risk)’으로 만들어요

 

보험은 불확실성을 쪼개고 분석해 위험(risk)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대응책 중 하나예요. 보험사는 질병이나 재해 등의 개별 발생 확률을 계산하고, 발생 조건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얼마의 보험금을 지급할지 결정해요. 

 

‘만 30살에 소화기 암보험에 가입한 여성의 위암은 경계선종양을 넘어 1기 이상으로 발견됐을 시 보험료를 지급하는데, 액수는 가입 후 2년 미만 기간에 발견하면 얼마, 2년 뒤 발견하면 얼마를 지급한다’는 식으로요. 

 

보험 가입자는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건강에 관한 광범위한 불확실성을 재정적 위험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위험으로 전환한 것이죠. 이처럼 상황을 아주 작은 개별적 요소로 쪼개고 쪼개서 각각의 시나리오를 확률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불확실성은 위험으로 바뀌어요.

위험을 제거하는 과정, 

‘헤지(hedge)’라고 해요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분석해, 일어날 수 있는 사건과 일어날 확률을 알아내 ‘위험’으로 만들고 나면 이제 이 위험을 보다 ‘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요. 위험을 순하게, 완화하려면 우선 들쭉날쭉한 변동성을 최대한 제거해야 해요. 예측 가능성이 높을수록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 우리는 헤지(hedge)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경제뉴스를 읽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죠.

 

금융시장에서 가장 변동성이 심한 자산 중 하나는 바로 환율이에요. 실제로 우리나라 원화와 미국 달러를 교환하는 비율인 원-달러 환율은 매일 수 원에서 십수 원 변동하죠. 전체 금액이 커지면 환율 수 원 차이에 전체 금액이 수억 원까지도 달라질 수 있어요. 매일 돈이 오가는데 매일 금액이 달라지면 도저히 회계장부를 쓰기 힘들 거예요. 이럴 때 바로 ‘헤지’를 하게 됩니다.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한다고 해서 ‘환 헤지’라고 부르죠. 

 

환 헤지는 기업이나 투자자가 미래에 고정된 환율로 통화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기업이 재고를 분석하니 6개월쯤 후 100만 달러어치의 원자재를 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런데 6개월 뒤 환율이 1,250원인 지금보다 오르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기업은 미리 은행과 6개월 후 환율을 1달러에 1,250원으로 고정하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 실제 환율이 그사이에 1,270원으로 상승하더라도 기업은 1,250원의 환율로 거래 손실을 방지할 수 있어요. 설령 그때 가서 1달러에 1,230원으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구매 계획을 세운 시점의 환율이 1달러에 1,250원이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요. 불확실한 이익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환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안정적인 재정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거죠.

 

헤지는 원래 말뚝, 울타리 등을 뜻해요. 말뚝과 울타리는 무엇을 못 박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거나 울타리를 쳐 가두어 이동 범위를 제한하는 용도로 쓰이죠. 앞선 예시에서 미래의 환율을 고정한 것처 개인이 투자할 때도 마치 말뚝을 박고 울타리를 치듯이 변동성을 제거하는 헤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어요. 

 

투자금의 절반을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인 성장 주식에 투자했다면 나머지 절반은 안전한 채권에 투자한다든가, 산업구조 성격이 다른 여러 국가의 주식에 골고루 돈을 넣는다든가,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면 위험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든가, 사업가로서 수익이 들쑥날쑥하다면 투자는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며 변화의 크기를 상쇄해 위험을 헤지하는 거예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칼럼에서 헤지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금은 대표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하는 자산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저성장 고물가로 시달리던 1970년대에 금 가격은 온스당 35불에서 700불까지 뛰는 등 드라마틱한 강세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2024.09.03 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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